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딛는 순간 발뒤꿈치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전날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가 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패턴이 생겼다. 아침마다 꼭 그 순간 — 딱 첫발 딛을 때만 — 유독 아팠다. 5분쯤 걷고 나면 좀 괜찮아졌다가, 오래 서 있으면 다시 아프고. 이상하다 했다.
족저근막염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뒤다.
왜 하필 아침 첫발인가
밤새 잠을 자는 동안 발목은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그 상태로 8시간을 있으면 발바닥을 받치고 있는 두꺼운 섬유 조직, 족저근막이 짧게 수축된 채로 굳는다. 손상된 자리에 흉터 조직까지 붙어 있다.
그 상태에서 첫발을 딛는 순간 — 체중이 한꺼번에 실리면서 경직된 근막이 갑자기 늘어나야 한다. 미세 파열이 일어난다. 그게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다.
5~10분 걷고 나면 괜찮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서서히 이완·적응된 거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비슷한 통증이 재현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알고 나면 “아, 그래서 첫발만 유독 아팠구나” 하게 된다. 근데 그걸 모르고 있으면 아침마다 그냥 찜찜한 채로 버티게 된다.
2024년에 족저근막염 환자 28만 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찾아봤더니 2024년 족저근막염 환자가 28만 9천여 명이다. 2020년 대비 5년 만에 15% 넘게 늘었다고. 특히 눈에 띄는 건 2030 환자 증가율이다. 2014년 대비 10년 새 53% 급증, 20대 남성만 따지면 79%다.
러닝 크루 문화가 퍼지면서다. 평소 운동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러닝을 시작하면 족저근막이 적응하기 전에 과부하가 걸린다. 달릴 때마다 발뒤꿈치에 체중의 2~3배 충격이 반복된다는 것도 문제고.
나이대 기준으론 50대가 가장 많고, 40대·60대 순이다. 평균 발병 연령 45세. 나이가 들면서 족저근막의 탄성이 줄고, 발뒤꿈치 지방 패드가 얇아지기 때문이다. 그 쿠션이 없어지면 충격이 고스란히 간다.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다
가장 많이 꼽히는 원인들이 있다.
장시간 서 있기 — 교사, 간호사, 판매직. 오래 서서 일하는 직군이 특히 잘 걸린다.
신발 문제 — 슬리퍼, 샌들, 플랫 슈즈, 하이힐. 쿠션이 없거나 충격 흡수가 안 되는 신발들이다. 여름에 환자가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7~9월에 유독 많다고 한다.
과체중 — 체중 1kg 증가 시 발에 가해지는 하중이 3~4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만성 과부하가 쌓인다.
발 아치 이상 — 평발이거나 반대로 아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둘 다 해당된다. 평발은 걸을 때 아치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높은 아치는 충격 분산이 안 된다.
종아리 근육 단축 —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면 발목 가동 범위가 줄고, 족저근막에 걸리는 장력이 증가한다. 이 연결이 의외로 중요하다. 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은 스트레칭
족저근막염 환자 90% 이상은 수술 없이 회복된다. 핵심은 스트레칭, 그것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침에 바닥에 발 딛기 전에 해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직전.
- 누운 상태로 발가락을 몸 쪽으로 당겨 10초 유지, 10회
- 수건을 발바닥에 걸고 양 끝을 당겨 15~20초 유지, 10회
이걸 하고 나서 발을 내려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효과가 없다. 경직된 채로 갑자기 하중이 실리는 게 문제니까, 미리 이완시켜두는 거다.
종아리·아킬레스건 스트레칭도 같이 해야 한다. 벽에 손을 짚고 뒷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종아리를 늘리는 거. 하루 3회, 20~30초씩. 발바닥 밑에 골프공을 두고 굴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보조기도 쓰인다. 야간 보조기(나이트 스플린트)는 수면 중 족저근막을 이완 상태로 고정해서 아침 첫발 통증을 예방한다. 1~2주 안에 효과가 나타나고, 2~3개월 착용하면 완치 가능하다고 한다.
4주 이상 지속되면 정형외과를 가는 게 맞다. 초음파 검사로 근막 두께를 확인하고, 만성화됐다면 체외충격파 치료도 있다. 6개월 이상 된 경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재발이 더 문제다
다 나은 것 같아도 재발이 잦다. 결국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똑같이 돌아온다.
신발이 제일 먼저다. 뒤꿈치 쿠션이 충분하고 아치 지지가 있는 운동화. 완전히 평평한 플랫 슈즈나 밑창 얇은 슬리퍼는 피해야 한다. 러닝화는 500~800km 정도 쓰면 쿠션이 다 닳는다고 한다. 모양은 멀쩡해 보여도.
운동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도 문제다. 주당 10% 이내로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딱딱한 아스팔트보다 트랙이나 잔디밭이 낫다.
아침에 맨발로 딱딱한 바닥을 걷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집 안에서도 슬리퍼 하나 챙겨 신는 게 낫다.
알고 나서도 안 고쳐지는 게 습관이지 뭐. 근데 찢어지는 아침이 싫다면 이것부터는 바꿔야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