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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 방치했다가 손이 안 펴지더라

장수가 목표

손목이 좀 시큰거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뻑뻑하고, 밤에는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깼다. 처음엔 그냥 많이 써서 그런 거겠거니 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니까. 나이가 들면 다 이러는 거겠지. 흐린 눈을 하고 한 달을 그냥 넘겼다.

그게 실수였다.

병원에서 진단명을 들었을 때 — 손목터널증후군 — 솔직히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했다. 손목이 좁다는 건지, 터널이 어디 있다는 건지. 그런데 설명을 듣고 보니 내가 그동안 무시해온 신호들이 다 거기 있었다.


손목 안에 터널이 있다는 것

손목 안쪽에 뼈와 인대가 만들어낸 좁은 통로가 있다. 여기로 힘줄이랑 신경이 지나간다. 이 통로를 수근관, 영어로는 Carpal Tunnel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통로를 지나는 정중신경이 뭔가에 눌리면서 생긴다. 통로를 덮는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반복적으로 손목을 굽히고 펴는 동작이 쌓이면 그 안의 압력이 올라간다. 그러면 신경이 눌린다. 신경이 눌리면 저린다. 그게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저린 곳은 손목이 아니라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절반이다. 손목이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신호는 손가락에서 온다는 게 이 병의 특이한 점이다.

임신했을 때 손목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이제야 그게 이 통로 쪽 신호였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수근관 구조와 정중신경, 손가락 저림 영역 설명

누가 많이 걸리냐면

여성이 80%다. 그중에서도 50대가 가장 많다.

이 수치를 봤을 때 당황했다. 재택근무 하면서 마우스 잡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더니 하루 6~7시간이더라. 쉴 틈을 아예 안 주고 있었던 거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괜히 찔렸다. 50대 여성 환자가 전체의 1/3이라고. 주부나 사무직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2030도 꾸준히 늘고 있다더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니 2007년에 약 9만 5천 명이었던 환자가 2016년에는 17만 5천 명으로 10년 새 두 배가 됐다. 매년 약 10.7%씩 증가 중이라고 하니 지금쯤은 더 많겠지.

이유는 간단하다. 손을 너무 많이, 같은 방식으로 쓰고 있어서다.

키보드, 마우스, 스마트폰. 여기에 가사노동까지 더하면 손목이 쉴 틈이 없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근골격계 질환, 사무직이라면 남의 일이 아니다 글에서도 썼지만, 집에서 일한다고 몸이 덜 혹사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게 된다.


방치하면 어디까지 가나

저림 → 감각 둔화 → 근력 약화 → 근육 위축.

이 순서로 간다.

처음엔 밤에 손이 저려서 깨는 정도다. 자다가 손을 흔들면 괜찮아지고, 낮에는 멀쩡하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 “뭐, 좀 쉬면 낫겠지”를 한다. 나도 그랬다.

중기가 되면 저림이 낮에도 생기고, 젓가락질이 어색해진다. 물컵을 들다 놓칠 것 같은 느낌. 섬세한 손 동작이 예전 같지 않다.

말기까지 방치하면 엄지 두덩 근육이 위축된다. 손바닥 엄지 쪽 볼록한 부위가 납작해지는 거다. 이 단계에서는 수술을 해도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더라.

신경이 오래 눌리면 세포가 소실된다. 신경 세포는 재생이 느리다. 그래서 “방치했다가는 수술해도 안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증상이 생기고 6주 이상 버티면 비수술 치료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손목터널증후군 진행 단계: 초기·중기·말기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

팔렌 테스트(Phalen’s Test)라는 게 있다.

양 손등을 서로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꺾는다. 그 자세를 1분 유지한다. 이때 손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면 양성이다.

또 하나, 티넬 테스트. 손목 정중앙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을 때 손가락 쪽으로 찌릿한 전기 느낌이 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자가진단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고 정확한 건 병원에서 신경전도 검사(NCS)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일단 이 두 가지를 해봤을 때 뭔가 반응이 오면 더 미루지 않는 게 낫다.

참, 증상 체크리스트도 있다.

  • 아침에 손이 뻑뻑하고 경직된다
  •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깼다
  • 엄지·검지·중지 쪽이 저리다 (새끼손가락은 아님)
  • 물건 집었다가 놓친 적 있다
  • 젓가락질이 전보다 어색해졌다

셋 이상 해당된다면.


수술은 언제 하나

비수술 먼저다.

야간 보호대를 써봤더니 처음 이틀은 불편해서 잠을 못 잤다. 그래도 일주일 지나니까 자다가 깨는 게 줄었다.

초기~중기라면 손목 보호대(부목)로 손목을 고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특히 수면 중에 손목이 굽혀지는 걸 막는 게 중요해서 야간 착용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도수치료, 물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6개월 이상 보존 치료를 해도 낫지 않거나, 근육 위축이 이미 진행됐거나, 감각 소실이 심한 경우에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정중신경을 누르는 인대를 절개해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개방성이든 내시경이든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고 한다. 다만 근육이 이미 위축됐으면 수술 후에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결국은 — 일찍 잡는 게 낫다.

손목터널증후군 비수술 치료 vs 수술 치료 비교

예방이라는 게 사실

직접 손목 받침대를 써봤더니 확실히 달랐다. 처음엔 귀찮아서 치워뒀는데, 그게 실수였다.

알고 나니까 별 것도 아니다.

손목을 자꾸 꺾지 않기. 키보드 쓸 때 손목 받침대 쓰기. 1시간에 한 번 손목 스트레칭.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반대 손으로 손가락 잡아 아래로 20초 당겨주기. 주먹을 꽉 쥐었다가 손가락 활짝 펴기 10번.

그게 다다.

근데 이걸 알기 전에 이미 손목이 망가지고 있었다는 게 문제지. 거북목, 스트레칭만으로 못 고치는 진짜 이유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 몸이 신호를 보낼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는 거다. 저린다는 건 이미 눌린다는 거고, 눌린다는 건 이미 좁아진 거다.

통증을 버티는 게 강한 게 아니다. 그냥 미루는 거다.

손이 저리면 한번 팔렌 테스트 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