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뻐근하다. 어깨가 결린다. 손목이 저리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잣말로 뱉고 파스 하나 붙이거나 주물럭거리다가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오는 그 루틴. 그냥 피곤한 거겠거니 하고 넘기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근골격계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민 3명 중 1명(약 1,761만 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고 연간 진료비만 7조 4,599억 원이다. 더 놀라운 건 2025년 해외 연구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WMSD(작업관련성 근골격계질환) 유병률이 80.81% 라는 숫자가 나왔다는 것. 사무실 자리에 10명이 앉아 있으면 8명은 이미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다.

근골격계 질환의 주범은 따로 있다
그냥 오래 앉아 있어서가 아니다.
자세가 문제다. 모니터 높이가 맞지 않으면 목이 꺾인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팔꿈치보다 높게 배치돼 있으면 어깨가 올라간다. 의자 높이가 안 맞으면 무릎이 떠 있거나 허리가 무너진다. 이 상태로 하루 8시간씩, 주 5일씩, 몇 년을 보내는 거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합세한다. 고개를 15도만 기울여도 경추에 실리는 하중이 정상의 2.5배, 60도(스마트폰 볼 때 평균 각도)에서는 약 27kg으로 늘어난다. 8세 아동 체중에 해당하는 무게를 목뼈가 버티고 있는 셈이다.
2025년 Scientific Reports 연구에서는 직무 스트레스도 모든 신체 부위 근골격계 질환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p<0.05). 몸이 아픈 게 일이 힘들어서이기도 하다는 거니까, 그냥 자세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무직이 특히 조심해야 할 근골격계 질환 4가지
거북목 증후군
목의 정상 C자형 곡선이 일자로 펴지는 것. 텍스트 넥(Text Neck)이라고도 부른다.
측면에서 봤을 때 귓구멍에서 내린 수직선이 어깨 중심선보다 앞에 위치하면 거북목 의심이다. 목·어깨·팔 통증에 두통, 안구 건조까지 오고 심해지면 팔 저림으로 넘어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도 거북목 관련 정보가 정리돼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고 손목이 뻐근한 게 계속되면 의심해봐야 한다. 손목 안쪽의 수근관이 좁아져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건데, 40~50대 여성 발병률이 남성보다 6.6배 높다. 양손 등을 맞대고 손목을 1분간 구부린 자세(팔렌 검사)에서 저림이 악화되면 병원에 가보는 게 맞다.
어깨 충돌 증후군
팔을 앞으로 올릴 때 특정 각도(90~120도 구간)에서 통증이 생기거나 야간에 어깨가 쑤시는 증상. 라운드 숄더 자세(등이 둥글게 굽은 것)에서 잘 온다. 대부분 비수술 재활로 호전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목디스크·허리디스크
앉아 있을 때 추간판 내압이 서 있을 때보다 높다는 건 1981년 연구에서 이미 나온 얘기다. 장시간 구부정하게 앉는 자세가 추간판 퇴화를 가속시킨다. 허리 지지대 없는 의자, 의자 높이 안 맞는 환경이 주범이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 환경부터 고쳐야 한다
| 항목 | 올바른 설정 |
|---|---|
| 의자 높이 | 발바닥 바닥에 평평하게, 무릎·골반 90도 |
| 등받이 기울기 | 100~110도, 요추 지지대 착용 |
| 모니터 위치 | 화면 상단이 눈높이 이하, 거리 60~80cm |
| 키보드·마우스 | 팔꿈치 높이 또는 약간 낮게, 손목 꺾임 없도록 |
Mayo Clinic 사무 환경 인체공학 가이드에서 자세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 설정 다음엔 습관이다.
30~40분마다 5분씩 자세를 바꾸거나 일어서는 게 기본이다. 스탠딩 데스크를 쓴다면 1~2시간 간격으로 앉기-서기를 교대하는 게 효과적이다. 2025년 연구에서 스탠딩 데스크 사용이 두개척추각(CVA)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장시간 서 있는 것도 하지 피로를 유발하니까 교대가 핵심이다.
손목 스트레칭은 아침 기상 후와 퇴근 후 하루 두 번, 신경 활주·손목 굴곡·신전 등 5가지 동작 세트를 꾸준히 하면 수근관 내 압력이 최대 30% 감소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참고로, 산재도 된다
사무직이라고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2024년 기준 근골격계 질환은 업무상 질병의 57.2%를 차지하고, 최근 5년간 매년 5,000명 이상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거북목 증후군과 손목터널증후군도 사무직 인정 사례가 늘고 있다. 핵심 요건은 하루 총 2시간 이상 반복 동작이나 부담 작업을 했다는 걸 입증하는 것.
직업력(종사기간, 업무 내용) 기록과 회사의 작업 관리 기록이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고 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확인해볼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파스 한 장으로 덮어두기엔 이미 너무 오래됐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