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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통증, 허리 탓만 했는데 골반이 문제였다

장수가 목표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왼쪽 엉덩이 위쪽이 뻐근하고 가끔 다리까지 저렸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차에서 내릴 때 찌릿. 당연히 허리디스크겠거니 했다. 나이가 들면 허리부터 간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겠나.

그런데 아니었다.

허리가 아닌데 허리처럼 아픈 이유

만성 요통이 있는 사람의 10~27%가 실제로 허리(디스크·척추)가 아닌 천장관절에 문제가 있다더라. 꽤 많은 숫자다.

천장관절은 천골(꼬리뼈 위쪽)과 장골(골반 옆날개 뼈) 사이 관절이다.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지만 척추의 하중을 양쪽 다리로 나눠 분산하는 핵심 관절이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허리가 아픈 줄 안다. 증상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구별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허리디스크는 보통 척추 중앙부에서 통증이 온다. 천장관절증후군은 벨트라인 아래, 척추 중앙에서 약 3cm 정도 옆쪽이다. 엉덩이 위쪽 경계 부근. 거기가 아프다면 허리보다 골반을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

또 아침에 기상 직후 가장 심한 것도 천장관절 쪽 신호다. 오래 앉아 있기가 유독 힘들고, 걸을 때 골반 쪽에서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도.

나도 정확히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 첫발 딛는 순간이 제일 불편했고, 회의가 길어지면 앉아 있기가 고역이었다.

처음에는 허리디스크일 거라고 확신해서 찾아봤더니 위치가 달랐다. 척추 중앙이 아니라 옆쪽. 그제야 허리가 아닐 수 있겠다 싶었다.

허리디스크와 천장관절증후군 비교

골반이 틀어지는 진짜 이유

뒤늦게 알았다. 다리를 꼬는 버릇이 이렇게까지 쌓일 줄은 몰랐다. 습관은 안 고치면 그냥 몸에 새겨진다.

골반 불균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뼈가 삐뚤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대부분은 근육이 불균형해서 생긴다.

범인은 생각보다 단순한 곳에 있었다.

다리 꼬는 습관. 한쪽으로만 눕는 버릇. 오래 앉아 있는 것. 걸을 때 한쪽으로 체중을 쏠리게 하는 패턴. 이런 것들이 쌓이면 골반 주변 근육이 좌우 비대칭으로 굳어간다.

그 중에서 특히 장요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장요근은 허리뼈(요추)와 골반 내측에서 허벅지뼈를 연결하는 근육이다. 고관절을 굽히고, 다리를 들어올리고, 걷는 동작 전반에 관여한다. 그런데 오래 앉아 있으면 이 근육이 수축된 상태로 계속 머무르게 된다. 짧아지는 거다.

장요근이 단축되면 골반이 앞으로 당겨진다. 아랫배가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자세. 흔히 ‘오리궁뎅이’라고 부르는 골반 전방경사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요추가 과도하게 전만되고, 허리 주변 근육은 항상 긴장 상태다. 결국 허리도, 고관절도 아프게 된다.

박물관을 하루 종일 걷고 나서 어깨뿐 아니라 골반 쪽도 뻐근했던 게 뒤늦게 이해됐다. 한쪽으로 치우쳐 오래 서 있는 게 이미 그 패턴이었던 거다.

알고 보면 허리 탓도, 나이 탓도 아니었던 거다.

내 골반이 틀어졌는지 집에서 확인하는 방법

자가진단이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신호는 잡을 수 있다.

직접 세 가지를 다 해봤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방법 1. 거울 앞에 편하게 선다

전신 거울 앞에 힘 빼고 서서, 양쪽 어깨 높이와 골반 옆쪽에서 가장 튀어나온 뼈(상전장골극)의 높이를 비교한다. 한쪽이 확연히 높거나 기울어 보이면 골반 불균형 신호다.

방법 2. 바닥에 똑바로 눕는다

편하게 누워서 두 발 뒤꿈치를 붙여본다. 발뒤꿈치 높이가 다르거나, 양발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각도가 한쪽만 과도하면 고관절 주변 근육이 비대칭이라는 뜻이다.

방법 3. 신발 뒷굽을 본다

자주 신는 신발 뒷굽 마모를 확인한다. 한쪽 신발만 유독 바깥쪽 또는 안쪽이 심하게 닳아 있다면 보행 패턴이 비대칭이라는 신호다.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되면 한 번쯤 전문의에게 확인받는 게 맞다.

골반 불균형 자가진단

풀어야 할 근육, 강화해야 할 근육

런지 스트레칭을 직접 해봤는데, 사타구니 쪽이 당기는 게 느껴질 때 그게 장요근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교정은 뼈를 맞추는 게 아니다. 근육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런지 자세를 직접 해봤더니 사타구니 안쪽이 당기는 게 꽤 강했다. 그쪽이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 느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굳어 있는 장요근을 푸는 것이다.

런지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앞다리는 90도로 굽힌다. 복부와 엉덩이에 힘을 준 상태에서 체중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 넣는다. 골반 앞쪽, 사타구니 안쪽이 당기는 느낌이 오면 맞다. 20초 유지.

그다음은 중둔근이다.

중둔근은 골반 바깥쪽을 잡아주는 근육으로, 여기가 약하면 걸을 때마다 골반이 좌우로 흔들린다. 옆으로 누워 위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힙 에비덕션이 대표적인 강화 동작이다. 쉬워 보여서 무시하기 쉬운데, 꾸준히 하면 달라진다.

브릿지도 빠질 수 없다.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들어 올린다. 복근·대둔근·허리 근육을 한꺼번에 쓰는 동작이다. 골반 안정화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물리치료사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이걸 안다고 당장 고칠 수 있느냐.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몸이 따라오질 않는 그 느낌. 알면서도 다리 꼬고 앉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고. 습관은 그렇게 무섭다.

골반·고관절 교정 핵심 운동 3가지 카드

방치하면 어디까지 가나

솔직히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 그냥 참으면 낫겠거니 했다. 반년을 그렇게 넘겼다.

고관절 통증을 그냥 두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퇴행성 고관절염이 조기에 진행되거나, 척추 측만이 생기거나, 하지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골반 불균형이 생리통이나 난임과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다.

즉시 병원에 가야 할 신호가 있다.

낙상 후 심한 고관절 통증(골절 가능성), 날카롭게 쏘는 통증, 다리까지 저리면서 걷기가 어려운 경우, 4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더 미루지 않는 게 맞다.

근골격계 질환, 사무직이라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썼는데 — 고관절도 마찬가지다. 근골격계 질환과 좌식 생활의 연결고리는 결국 같은 뿌리에서 온다.

어찌됐든 몸이 버텨야 나머지가 된다.

고관절이 아프면 허리 탓, 나이 탓, 운동 부족 탓만 하게 된다. 근데 그게 아닐 수 있다. 골반이 먼저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

뭔가 계속 불편하다면, 거기서 출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