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 보다가 카트를 놓으면 다리가 저려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엄마 친구 분이었다. 걷다가 다리가 무거워지고 저려서 멈춰 서야 하는데, 카트를 밀고 있을 때는 멀쩡하다고 했다. 허리디스크인가 했는데 병원에서는 다른 이름을 댔단다. 척추관협착증.
디스크는 들어봤어도 이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게다가 카트를 밀면 괜찮다는 게 이상했다. 허리가 아프면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알아볼수록 둘은 완전히 다른 통증이었다.
허리디스크랑 뭐가 다른 건데
가장 먼저 든 의문이 이거였다. 둘 다 결국 신경을 누르는 거 아닌가.
맞는데, 누르는 게 다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고, 허리디스크는 디스크 속 수핵이 터져 나와 신경을 누르는 것이다. 국가건강정보포털 — 척추관협착증
하나는 부드러운 조직이 갑자기 터져서 누르는 거고, 다른 하나는 뼈와 인대처럼 딱딱한 조직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누르는 거란다. 그래서 디스크는 갑자기 심해지거나 반대로 한두 달 안에 저절로 가라앉는 경우도 있는데, 협착증은 천천히 진행되고 자연히 좋아지긴 어렵다.
질병관리청 Q&A에는 이렇게 정리돼 있었다. 디스크는 젤리 같은 물질이 급하게 신경을 압박하고, 협착증은 뼈·관절 같은 딱딱한 조직이 서서히 압박하며, 간헐적 파행이 협착증의 특징이라고.
간헐적 파행. 이게 두 번째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왜 걸을 때만 저린 건데
간헐적 파행이라는 말부터 낯설었다. 찾아보니 걸으면 증상이 나타나고 쉬면 가라앉는 걸 반복하는 현상을 부르는 말이더라.

연세신명통증의학과 자료를 보면, 걸으면 양쪽이든 한쪽이든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지다가 일정 거리를 걸으면 주저앉거나 쉬어야 한다고 한다. 쉬면 빠르게 좋아지고 다시 걸으면 같은 증상이 또 시작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이유가 자세에 있었다. 허리를 펴거나 똑바로 서면 척추관이 좁아져 증상이 심해지고,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 공간이 넓어져 증상이 풀린다. 앉아서 허리를 굽히면 환자의 80%, 단순히 허리만 굽혀도 75% 이상에서 증상이 완화된다는 수치까지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카트를 미는 자세가 정확히 이거였다. 손잡이를 잡고 살짝 앞으로 기운 자세, 허리가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는 자세. 그래서 자전거도 비교적 무리 없이 탈 수 있단다 — 페달을 밟을 때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허리디스크는 누우면 편해지고 허리를 굽히면 오히려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디스크는 앉아 있을 때 디스크 내부 압력이 올라가서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엄마 친구 분 얘기를 다시 떠올려보니 다 맞아떨어졌다. 걸을 때 저리고, 카트 밀 때는 괜찮고. 그게 그냥 우연이 아니라 진짜 그 병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던 거다.
그럼 왜 좁아지는 건데 — 나이 탓만은 아니라고
증상 메커니즘을 알고 나니 다음 의문은 자연스럽게 원인으로 갔다.
대부분은 퇴행성 변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보통 50~60대에 시작되고 제4~5요추 사이에서 가장 흔하다. 추간판이 퇴행하면서 하중이 뒤쪽 관절로 옮겨가고, 그 관절막이 변성되면서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는 식이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게 태어난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퇴행이 더해지면 비교적 일찍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성별 얘기를 읽다가 멈췄다. 예전엔 남성이 더 많다고 알려졌는데, 최근엔 여성에서 더 흔하다는 거다. 특히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나는 척추전방전위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4~6배 많이 생긴다고 했다. 호르몬 변화로 인대가 이완되는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40~50대, 폐경기 전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기다. 호르몬 변화가 뼈만 건드리는 줄 알았는데 인대까지 건드린다고. 솔직히 이건 처음 알았다.
아니, 정확히는 알았어도 와닿지 않았던 거다. 폐경기 호르몬 변화가 골밀도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었는데, 인대가 늘어나면서 척추관이 좁아지는 데까지 영향을 준다는 건 이번에 처음 연결됐다. 같은 호르몬 변화가 뼈도, 인대도, 관절도 다 건드리고 있었던 거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2.5%가 영상 검사상 어느 정도의 척추관 협착 소견을 보이고, 60대로 좁히면 47.2%까지 올라간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진료 환자가 2022년 약 177만 명에서 2023년 약 182만 명으로 늘었다.

병원 가면 뭘 보는지 — 그리고 수술까지 가는 건지
다음 의문은 자연스레 이거였다. 병원 가면 뭘 확인하고, 어디까지 가면 수술인 건지.
진단은 생각보다 병력 청취 비중이 크단다. 의사가 보행 가능 거리,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고 어떤 자세에서 풀리는지를 자세히 묻는데, 그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짐작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다음 X-ray, CT, MRI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신경전도검사까지 본다. CT 기준으로 척추관 전후방 길이가 10mm 미만이면 절대적 협착, 13mm 미만이면 상대적 협착으로 나눈다.
치료는 수술이 먼저가 아니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은 갑자기 신경이 확 나빠지는 일이 드문 질환이라 비수술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약 50%의 환자가 수술 없이 좋아진다고 한다. 물리치료, 요추 보조기, 소염진통제, 신경차단술(통증 주사) 같은 방법들을 같이 쓴다.
신경주사만 반복하기보다 근육 재활로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시각도 있던데, 이건 한방병원 쪽 자료에서 나온 주장이라 1차 의학 정보(질병관리청, 서울아산병원)에서 명확히 확인되는 내용은 아니다. 1차 소스 기준으로는 주사 치료와 운동·물리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게 표준적인 보존적 치료라는 정도로 정리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수술은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해봤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게 점점 심해질 때 고려한다. 질병관리청은 “요통만으로는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아뒀다. 다리 힘이 급격히 빠지거나 대소변 기능 장애가 생기면 그건 응급이고. 표준 수술은 추궁판 절제술이라는데, 불안정성이 있으면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유합술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엔 뭘 해야 하나
여기까지 읽고 나니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였다. 평소에 뭘 해야 덜 걸리거나 덜 심해지나.
권장되는 운동이 의외로 단순했다. 평지 걷기, 실내 자전거, 스트레칭. 핵심 원칙은 운동 중이나 후에 통증이 느껴지면 그 즉시 멈추는 것이다.
| 운동 | 방법 | 왜 괜찮은가 |
|---|---|---|
| 평지 걷기 | 저리면 멈추고 쉬었다가 재시작, 거리 욕심내지 않기 | 무리하지 않으면 진행을 늦출 수 있음 |
| 실내 자전거 | 페달 밟는 자세 유지 | 허리가 자연히 구부정해져 척추관 공간이 넓어짐 |
| 스트레칭 | 무릎을 가슴으로 당기거나 허리를 둥글게 마는 동작 | 척추관을 넓히는 방향이라 부담이 적음 |
반대로 한자리에서 오래 같은 자세로 버티는 것, 허리를 과하게 뒤로 젖히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결국 예방 운동의 원리도 증상이 풀리는 원리랑 똑같았다. 굽히면 넓어지고 펴면 좁아진다는 그 하나의 메커니즘.
좌골신경통 글 쓸 때도 결국 자주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갔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했다. 다만 협착증은 “움직이는 방향”까지 정해져 있다는 게 달랐다.
엄마 친구 분 얘기를 다시 떠올렸다. 카트 미는 자세가 우연히 편한 자세를 찾은 거였구나.
저린 다리. 구부린 허리. 그제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