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귀에서 삐 소리가 났다.
이비인후과를 두 번 갔다. 검사상 별문제 없다고 했다. 그럼 신경성인가 싶어서 그냥 넘겼는데, 어느 날 하품을 크게 하다가 턱에서 딸각 소리가 나는 걸 느끼고서야 다른 쪽을 의심하게 됐다. 턱관절.
이명이랑 턱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알아볼수록 이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더라.
턱관절장애가 귀 통증으로 둔갑하는 이유
턱관절장애(TMD)는 턱관절과 그 주변 근육, 인대, 연골에 통증과 기능 장애가 생기는 걸 통칭하는 말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이를 턱관절 자체의 문제와 두경부 근육 문제(긴장성 두통 포함)로 나눠 설명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 턱관절장애
문제는 이 통증이 귀, 머리, 얼굴 쪽으로 옮겨 다니듯 나타난다는 거다. 턱관절이 중이(귀 안쪽)랑 워낙 가깝게 붙어 있고, 삼차신경이라는 게 턱뿐 아니라 귀 감각까지 같이 담당하고 있어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이 신경이 자극받아 이명이나 청각과민, 심하면 청력 저하까지 귀 쪽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막의 긴장을 조절하는 근육이 턱관절을 구성하는 뼈에 붙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턱 근육이 뻐근하면 그게 고막 쪽 긴장으로도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Tinnitus Journal)에 실린 485명 분석 연구를 보면, 턱관절장애 환자 중 87%가 귀 관련 증상을 호소했고 그중 이명이 42%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국소적인 귀 원인이 없어도 이런 증상이 매우 흔하게 동반된다고 밝혔다.
귀가 이상해서 이비인후과만 돌다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더라. 나도 그 케이스였다.

거북목이 턱까지 망가뜨린다고
이명 원인이 턱관절이라는 것도 의외였는데, 더 의외였던 건 거북목 얘기였다.
2023년 학술지 Pain Research and Management에 실린 연구가 있다. 384명을 대상으로 측모 두부 방사선 사진을 찍어 분석했는데, 턱관절 통증이 있는 그룹이 통증 없는 그룹보다 거북목 지표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왔다. 연구진은 턱관절 통증이 있는 환자들이 명확히 거북목 자세를 보이며, 턱관절장애가 심할수록 거북목도 더 두드러진다고 결론지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메커니즘이 꽤 직관적이었다. 거북목이 되면 목 앞쪽 근육은 늘어나고 뒤쪽은 짧아지는 불균형이 생긴다. 이 불균형이 경추 곡률을 바꾸고, 경추 근육의 긴장 상태가 변하면서 턱뼈 움직임과 턱관절 주변 근육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근육과 인대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신경이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것도 한몫한다고.
연구진은 거북목이 턱관절 통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임상 치료에서 비정상적인 두부·경추 자세를 함께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턱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거다.
다른 연구(PMC11740286)에서는 턱관절 기능장애가 거꾸로 경추 근육의 활성화 패턴을 바꿔 근력과 위치 감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그러니까 거북목이 턱관절을 망가뜨리는 건지, 턱관절이 거북목을 만드는 건지 — 어느 한쪽이 원인이라고 딱 자르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악순환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이전에 거북목 글을 쓸 때는 목과 어깨까지만 봤는데, 거기서 턱까지 이어진다는 건 그땐 몰랐다.
스마트폰을 오래 내려다보는 자세가 거북목을 만들고, 거북목이 턱 주변 근육 긴장을 높이는 경로를 다룬 2025년 체계적 문헌고찰도 있더라. 결국 거북목과 턱관절장애가 같은 생활습관(장시간 화면, 고개 숙임)에서 함께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셈이다.

이를 악물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원인을 더 찾아보니 스트레스랑 이 악무는 습관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 자료에 따르면 턱관절장애의 주요 원인은 외상, 나쁜 습관, 교합 이상, 스트레스고 대부분 여러 원인이 겹쳐서 작용한다. 수면 중 이갈이, 이를 악무는 습관, 턱 괴는 습관,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대표적인 나쁜 습관으로 꼽힌다.
스트레스가 직접 턱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니고, 이미 여러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한테 증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단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켜서 무의식적인 이 악물기와 이갈이로 이어지고, 이게 턱관절 마모를 가속화한다. 위험 요인 분석에서는 이 악물기가 60%, 이갈이가 30% 정도로 턱관절 통증과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쓰다 보니 떠올랐는데, 마감 앞두고 모니터 보면서 이를 꽉 물고 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어깨도 같이 굳었던 것 같고. 의식하지 못한 채로 턱이랑 목을 같이 긴장시키고 있었던 거다.
여성이 남성보다 턱관절장애가 약 2배 많고, 17~55세 환자 중 70%가 여성이라는 보고도 있다. 다만 이 수치는 1차 연구 출처가 명확히 확인되진 않아서, 호르몬이 영향을 준다는 설명 정도로만 참고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진단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증상 체크리스트가 있다.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소리가 나는지, 하품할 때 턱이 아픈지, 단단한 음식 씹을 때 아픈지, 입이 잘 안 벌어지는지, 턱이 빠진 느낌이 있는지, 입을 열고 닫을 때 턱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는지 — 이런 항목 중 4개 이상이 3개월 넘게 지속되면 턱관절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안내된다. 정확한 진단은 당연히 전문의 촉진과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입을 벌리는 정도, 턱에서 나는 소리의 원인, 촉진으로 압통 확인, 교합 상태, 필요하면 방사선·CT·MRI까지 확인한다. 정상 개구량은 남성 45~50mm, 여성 40~45mm인데 40mm 이하면 개구 제한으로 분류한단다.
치료는 보존적인 방법부터 시작한다. 물리치료와 스트레칭,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호전이 없으면 구강 내 장착하는 스플린트(교합안정장치)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스플린트는 턱을 안정된 위치에 유지시켜 씹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이갈이·이악물기 빈도를 줄여준다고 밝혀져 있다. 저작근에 보톡스를 주입해 과도한 긴장을 줄이는 방법도 국내 치과에서 쓰이고 있다.

그래서 턱 스트레칭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면
이쯤 가서 그냥 턱 운동 좀 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거북목-턱관절 연구가 명시적으로 권고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턱관절만 따로 떼어내서 스트레칭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목과 어깨 자세까지 같이 봐야 한다는 게 차별화된 관리 포인트였다.
턱 스트레칭은 입을 천천히 최대한 벌렸다가 닫는 동작 10회, 턱을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 10회,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돌아오는 동작 10회 정도가 일반적으로 안내된다. 턱관절 부위에 따뜻한 수건으로 온찜질을 같이 하면 근육이 더 잘 풀린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은 피하고, 씹을 때 한쪽으로만 씹지 않는 것도 권장된다.
근데 여기에 화면 보는 자세, 목 스트레칭까지 같이 끼워 넣어야 진짜 관리가 되는 거였다. 턱만 운동시키고 목은 여전히 거북목인 채로 두면, 다시 같은 악순환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니까.
이명은 그 뒤로 거의 줄었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고.
귀 탓이 아니었다는 거, 그거 하나 알게 된 게 제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