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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목, 어깨가 결리는 문제인 줄만 알았다

장수가 목표

오후 세 시쯤 되면 목덜미가 뻐근하다. 어깨는 돌덩이처럼 뭉치고, 뒷목을 손으로 짚으면 딱딱하다. 파스를 붙이고, 어깨를 돌리고, 그래도 안 되면 폼롤러에 목을 얹고 낑낑댔다. 어깨 결림이려니 했다. 나이 탓, 운동 부족 탓.

그러다 사진 한 장에서 걸렸다. 옆에서 찍힌 내 모습. 귀가 어깨보다 한참 앞에 나가 있더라. 어깨가 결리는 게 아니라 목이 앞으로 빠져 있던 거였다. 거북목. 나한테는 남 얘긴 줄 알았다.

어깨가 아니라 목이 앞으로 나가 있었다

거북목 증후군은 오래 고개를 숙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목과 어깨의 근육·인대에 무리가 쌓여 통증이 생기는 걸 말한다. 일자목, 라운드 숄더, 텍스트 넥.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개인데 결국 하나로 모인다. 옆에서 봤을 때 완만한 C자를 그려야 할 목뼈가, 앞으로 빠지면서 일자에 가까워진 상태.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과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서 확인한 설명이다.

여기서 처음 생각을 뒤집었다. 어깨 근육을 아무리 주물러도 시원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거다. 문제의 자리가 어깨가 아니라 목이었으니까. 파스는 결린 데 붙였는데, 정작 빠져 있는 건 목이었다.

이게 나만의 일도 아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거북목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3년 182만 명에서 2018년 211만 명까지 늘었다. 흔히 20대 얘기라고들 하는데, 같은 자료에서 40대도 진료 환자의 상위 연령대에 들어간다. 하루 종일 모니터 보고, 저녁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하는 40대. 딱 나였다.

고개 15도만 숙여도 목엔 12kg이 걸린다

숫자 하나가 오래 남았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나온, 고개 숙임 각도별로 목에 걸리는 하중이다.

고개 자세 목에 걸리는 하중
바로 세운 자세(0도) 약 5kg
15도 숙임 약 12kg
30도 숙임 약 18kg
45도 숙임 약 22kg
60도 숙임 약 27kg

바로 서 있을 때 5kg이던 게 15도만 숙여도 12kg이 된다. 볼링공 두 개를 목으로 든 셈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볼 때 고개는 보통 37~47도까지 숙여지는데, 이때 목에 평상시의 3~4배 부하가 걸린다.

고개 숙임 각도별 목에 걸리는 하중

읽고 나서야 저녁 시간이 떠올랐다. 소파에 반쯤 누워 폰을 배 위에 올려놓고 한 시간씩 들여다보던 자세. 각도로 치면 거의 45도, 22kg짜리였던 거다. 목이 안 아픈 게 이상한 거였다.

거울 앞에서 옆모습부터 봤다

자가진단은 거창하지 않았다. 벽을 등지고 옆으로 서서, 스마트폰 셀프타이머로 옆모습을 한 장 찍었다. 귓구멍 중간에서 수직으로 선을 내렸을 때 그 선이 어깨 중심보다 앞에 놓이면 거북목으로 본다. 어깨보다 5cm 이상 앞으로 나가 있으면 거북목 증후군을 의심한다는 게 여러 정형외과 자료의 기준이다. 내 사진은 볼 것도 없었다.

집에서 확인할 만한 신호는 이런 것들이었다.

  • 어깨와 목이 자주 뻐근하고 결린다
  • 옆에서 보면 귀가 어깨보다 앞으로 나가 있다
  • 등이 굽어 라운드 숄더 모양이다
  • 쉽게 피로하고 두통이나 눈의 피로가 잦다
  • 자고 일어나도 목덜미가 개운하지 않다

나는 다섯 개 중 네 개였다. 다만 이걸로 병을 확정할 순 없다. 병원에서는 목 정렬을 X-ray로 확인하고, 각도까지 재서 판단한다더라. 집에서 하는 건 “한번 가봐야겠다” 정도의 신호를 잡는 일이지, 진단은 아니다.

파스 대신 턱을 당겨봤다

교정이라고 해서 대단한 장비를 산 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서 기본으로 권하는 게 턱 당기기(친 턱)와 날개뼈 모으기였다.

턱 당기기는 처음에 헷갈렸다. 머리를 통째로 뒤로 미는 게 아니라, 시선은 정면에 둔 채 턱만 목 안쪽으로 살짝 당겨 뒷목이 길어지는 느낌을 만드는 거다. 이중턱을 일부러 만드는 것처럼. 날개뼈 모으기는 양쪽 어깨뼈를 뒤로 지그시 모아 20~30초쯤 버틴다. 급성으로 아플 땐 얼음찜질부터, 뻐근한 정도면 온찜질이 낫다고 한다.

핵심은 한 번에 오래가 아니라 자주, 짧게였다. 30~40분마다 한 번씩, 한 동작을 10~30초. 나는 타이머를 40분에 맞춰두고 알림이 울릴 때마다 턱을 당겼다. 며칠 해보니 목덜미가 조금 가벼워지긴 했는데, 솔직히 절반은 까먹는다. 자세 교정은 보통 3개월 이상 꾸준히 봐야 한다니, 갈 길이 멀다.

물건도 손봤다. 노트북 밑에 두꺼운 책 세 권을 받쳐 화면 위쪽을 눈높이 근처로 올렸다. 내려다보지 않게. 스마트폰도 배 위가 아니라 눈높이 가까이 들고 보려 한다. 이 부분은 예전에 라운드숄더를 손봤던 이야기에서 어깨를 펴려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목만 따로 노는 게 아니더라.

노트북 화면을 눈높이로 올리는 방법

팔이 저리기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

여기까지는 뻐근함의 영역이다. 그런데 선을 넘는 신호가 따로 있다. 거북목·일자목을 오래 방치하면 경추와 디스크에 부담이 쌓여 목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부터는 단순히 뭉친 게 아니라 신경이 눌리는 문제다.

서울아산병원 자료를 보면, 팔이나 손이 저리고 특정 손가락에 감각 이상이 오거나, 손·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기면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통증이 몇 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경이 눌린 채 오래 지나면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니, 저림이 시작되면 미룰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 저림까지는 아니다. 뻐근하고 두통이 잦은 정도. 그래도 이 대목을 읽고 나서는 “그냥 결림이겠지” 하고 넘기던 습관이 좀 무서워졌다. 결림과 저림 사이 어디쯤에서, 미루면 안 되는 선이 있는 거였다.

거울 속 옆모습을 다시 본다. 어깨를 탓하던 몇 년이, 사실은 목을 못 본 몇 년이었다. 파스는 그만 사야겠다. 붙일 데가 애초에 거기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