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화장실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서던 순간이었다. 첫발을 딛는데 발뒤꿈치 안쪽이 찌릿, 하고 찢어지는 느낌이 왔다. 나도 모르게 발끝으로 절뚝이며 몇 걸음 걸었다.
처음엔 전날 마트에서 오래 서 있어서 그런가 했다. 근데 이상하게 딱 그 순간, 아침에 침대에서 내려서는 첫발에만 그랬다. 서너 걸음 걷고 나면 슬금슬금 괜찮아지고. 오후엔 멀쩡하다가 부엌에 오래 서 있으면 또 슬슬 아프고.
발뒤꿈치가 아프다는 게 이렇게 종류가 여러 개인 줄은 몰랐다.
아플 때가 다르면 병이 다른 거였다
처음엔 그냥 발뒤꿈치가 아프면 다 같은 건 줄 알았다. 아니었다. 찾아보니 발뒤꿈치 통증은 아픈 위치도 다르고, 무엇보다 언제 아픈가가 병마다 다르더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을 보면, 족저근막은 발꿈치뼈에서 발가락 쪽으로 이어지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다. 밤새 잠자는 동안, 혹은 오래 앉아 있는 동안 이 근막이 짧아지고 뻣뻣하게 굳는다. 그러다 아침에 첫발을 딛으며 갑자기 체중이 실리면, 짧아져 있던 근막이 한꺼번에 확 늘어나면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온다는 거다. 그러니까 걷다 보면 근막이 풀려서 슬금슬금 나아지던 게 기분 탓이 아니었던 거고.
그래서 이 병은 통증 타이밍이 유독 특징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첫 몇 발자국, 30분 이상 앉아 있다 갑자기 일어나 걸을 때가 제일 심하고, 걷기 시작하면 완화된다. 딱 내 얘기였다.
문제는 비슷하게 뒤꿈치가 아픈데 원인이 전혀 다른 병들이 있다는 거다. 헷갈리기 쉬운 걸 정리하면 이렇다.
| 이럴 때 | 언제 가장 아픈가 | 아픈 위치 |
|---|---|---|
| 족저근막염 | 아침 첫걸음·오래 앉았다 일어설 때, 걸으면 완화 | 뒤꿈치 바닥 안쪽 |
| 지방패드 위축 | 많이 걷거나 활동한 뒤, 저녁으로 갈수록 | 뒤꿈치 바닥 한가운데 |
| 아킬레스건염 | 달리기·언덕 오를 때, 운동 중 | 뒤꿈치 뒤쪽 위, 힘줄 부착부 |
| 신경 문제 | 활동할수록, 저림·작열감이 같이 옴 | 발바닥·발가락 쪽으로 뻗침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서도 족저근막염을 진단할 때 뒤꿈치 지방층 위축이나 종골 피로골절 같은 걸 감별한다고 짚어놨다. 그러니까 “발뒤꿈치가 아프다”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아침에 아픈지 활동 후에 아픈지부터 나눠보는 게 시작이었던 거다.

나 같은 40대 넘은 여성,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집안일로 서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 통계상 딱 고위험군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남 얘기가 아니었다.
손으로 눌러보고, 아침 스트레칭부터 해봤다
가장 확실한 자가 확인은 손가락으로 뒤꿈치 안쪽을 꾹 눌러보는 거였다. 족저근막이 뼈에 붙는 자리, 뒤꿈치 안쪽을 누르면 유독 콕 아픈 압통점이 있다. 나는 거기가 정확히 아팠다.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확 젖혔을 때 발바닥이 당기면서 아픈 것도 같은 신호라더라.
여기서 다행인 건, 대부분 수술까지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환자의 90% 이상이 비수술 치료로 회복되고, 수술은 거의 필요 없다. 대신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낫는 경우가 많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공통 메시지였다. 빨리 낫는 병이 아니라는 거. 이게 좀 맥이 빠지긴 했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약이 아니라 스트레칭이라길래, 두 가지부터 해봤다. 하나는 한 손으로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젖히고 다른 손으로 뒤꿈치 쪽 굳은 근막을 늘려주듯 마사지하는 것. 얼린 캔이나 골프공을 발바닥으로 굴려도 된다길래 냉장고에 있던 캔으로 아침저녁 굴렸다. 다른 하나는 벽 짚고 종아리 늘리기 — 벽에 손 대고 아픈 다리를 뒤로 빼서 뒤꿈치 붙인 채 종아리가 당기게. 종아리랑 아킬레스건이 짧으면 족저근막에 긴장이 더 걸린다니까.

효과가 제일 좋은 타이밍은 아침에 첫발 딛기 직전, 오래 앉았다 일어나기 직전에 미리 해두는 거였다. 침대에서 바로 내려서지 말고 앉은 채로 발부터 몇 번 늘려주고 일어나면 그 찌릿한 게 확실히 덜했다. 신발도 바닥 얇은 슬리퍼 대신 쿠션 있는 걸로 바꾸고, 뒤꿈치에 실리콘 힐컵 하나 넣었다. 하이힐은 원래 잘 안 신어서 뺄 것도 없었고.
버텨도 되는 통증인지부터 봐야 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마치 다 알고 착착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그렇지도 않다. 스트레칭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바쁜 아침엔 그냥 건너뛴 날이 더 많았고, 통증이 좀 나아지면 또 슬그머니 안 하게 됐다. 좋아졌다고 스트레칭을 중단하면 재발한다는데, 머리로는 알면서 몸이 안 따라오는 그 느낌.
그래도 하나는 분명해졌다. 아침 첫발만 아프고 걸으면 나아지는 정도면 집에서 관리하며 지켜봐도 되지만, 넘어간 뒤에 아프거나, 발이 저리고 붓고 열이 나거나, 양쪽 발·여러 관절이 같이 아프면 그건 버틸 게 아니라 정형외과에 가야 하는 신호라는 것. 순천향대 부천병원 건강정보에서도 몇 달을 관리해도 호전이 없거나 저림·부기·발열이 동반되면 신경 문제나 다른 질환일 수 있어 진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발뒤꿈치가 아프다고 다 같은 게 아니라, 언제 아픈지부터 나눠보고 — 아침 첫발이면 스트레칭부터, 저림·부기가 끼면 병원부터. 나는 이제 아침에 침대에서 바로 뛰어내리지 않는다. 발부터 몇 번 늘려주고 천천히 내려선다. 그거 하나는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