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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꼬는 습관, 골반이 틀어진다는 말부터 다시 봤다

장수가 목표

회의 40분쯤 지났을 때 오른쪽 다리가 저릿했다. 내려다보니 또 오른 다리가 왼 무릎 위에 얹혀 있다. 아침에 앉을 때부터 그 방향이었던 것 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리는 늘 같은 쪽으로 넘어간다. 다리 꼬는 습관이 골반을 틀어뜨린다는 말은 하도 들어서 이제 무섭지도 않은데, 오른쪽만 저린 걸 보니 문득 진짜로 뭐가 틀어지고 있나 싶었다.

그날 저녁에 신발장을 열어봤다. 자주 신는 단화 오른쪽 굽이 확실히 더 닳아 있다. 이게 다리 때문인지 그냥 걷는 버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몸이 한쪽으로 기운 건 맞는 것 같았다.

꼰 순간 골반은 진짜로 기운다, 그게 다는 아니지만

찾아보니 다리를 꼰 그 순간 골반이 실제로 기운다는 건 근거가 꽤 단단했다. 요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60명을 3D로 찍어 잰 연구가 있는데, 다리를 꼬고 앉으면 바르게 앉을 때보다 골반이 유의미하게 비스듬해지고 몸통도 더 구부정해졌다더라(IJERPH, 2020). 재밌는 건 골반이 기우는 정도는 요통이 있든 없든 차이가 없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허리가 멀쩡한 사람도 꼬는 순간 골반은 똑같이 기운다는 얘기.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 실험들은 “꼰 그 순간”의 자세를 잰 거다. 꼬면 즉시 기운다는 건 확실한데, 그게 곧바로 영구적인 변형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여기서 나도 좀 헷갈렸다.

신발 굽 닳는 방향 등 몸이 한쪽으로 기운 신호

이왕 신경 쓰인 김에 집에서 몇 가지를 더 봤다. 병원 진단은 아니고 그냥 참고 삼은 일상 신호들인데, 하나씩 걸리는 게 있었다. 우선 세탁하고 개어둔 바지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가 있다. 입고 나가면 오후엔 옆선이 돌아 앞으로 와 있곤 한다. 거울 앞에 힘 빼고 서봤더니 양 어깨 높이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솔직히 내가 봐선 잘 모르겠더라. 그다음 바닥에 똑바로 누워 다리에 힘을 완전히 뺐는데, 발끝이 벌어지는 각도가 오른쪽이 조금 더 밖으로 누웠다. 물론 이런 신호 몇 개로 “내 골반은 틀어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 정확한 건 촉진이나 자세 평가, 필요하면 영상까지 봐야 아는 거니까. 그냥 나는 한쪽으로 기운 흔적이 몸 여기저기 남아 있구나, 그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문제는 다리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다리를 꼬지 말자, 로 가려고 했다. 아니다, 자료를 더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성인 232명을 하루에 다리 꼬는 시간별로 나눠 비교한 연구를 보면, 어깨 기울기나 골반 경사, 앞으로 나온 거북목이 뚜렷하게 나타난 건 하루 3시간 이상 꼬는 그룹뿐이었다더라(Journal of Physical Therapy Science, 2014). 1~2시간 그룹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잠깐씩 꼬는 정도는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니었던 거다. 진짜 관건은 다리 꼬기 그 자체가 아니라, 같은 자세로 오래 안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이건 예전에 방석부터 바꿔봤던 오래 앉아 일하면 허리가 뻐근한 이야기랑 결이 같았다. 그때도 결국 물건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는 그 시간이 문제였으니까.

혈압 얘기도 자주 나오길래 봤는데, 무릎에서 다리를 꼬고 혈압을 재면 수축기 혈압이 잠깐 올라간다고 한다(Irish Heart Foundation). 다만 다리를 풀면 곧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시적인 거고, 발목에서 꼬을 땐 변화가 없었다. “다리 꼬면 고혈압 생긴다”가 아니라 “혈압 잴 땐 발을 바닥에 두라”는 쪽이 맞는 말이었다.

양쪽 번갈아 꼬면 괜찮은가

여기서 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럼 왼쪽 오른쪽 번갈아 꼬면 되는 거 아니야?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이 얘기는 의견이 갈렸다. 한쪽으로 이미 틀어진 상태에서 반대로 꼬면 양쪽이 다 뒤틀릴 수 있어 교정이 안 된다는 쪽이 있고, 짧게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쪽이 있다. 정리하면, 번갈아 꼰다고 틀어진 게 “교정”되지는 않지만 잠깐이라면 큰일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나는 다리를 못 꼬게 참는 대신 안 꼬게 되는 쪽으로 바꿔봤다.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밀어 등받이에 붙이고, 발이 바닥에 평평하게 닿도록 의자 높이를 낮췄다. 발이 뜨면 자꾸 다리가 올라가더라. 그리고 50분에 한 번은 일어나서 물이라도 뜨러 간다. 다리를 다리로 고치려 하지 말고 앉는 판을 바꾸는 게 나한테는 그나마 지켜졌다.

거기에 앉은 김에, 굳은 데를 풀어주는 동작 몇 개를 틈틈이 끼워 넣었다. 하나는 앉은 채로 하는 거다. 한쪽 발목을 반대쪽 무릎 위에 4자로 올리고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면 엉덩이 바깥쪽이 당긴다. 오래 꼬던 쪽을 해보니 유독 뻑뻑했다. 다른 하나는 밤에 누워서 하는 무릎 당기기인데, 한쪽 무릎을 손으로 잡아 가슴 쪽으로 천천히 당겼다가 양쪽을 번갈아 한다. 굳은 근육을 푸는 정도지 이게 골반을 “교정”해준다고는 생각 안 한다. 다만 종일 한쪽으로 눌려 있던 데가 저녁에 조금 풀리는 느낌은 분명 있었다. 통증이 세거나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 있으면 이런 동작부터 시작하지 말고 병원을 먼저 가는 게 맞고.

참, 다리로 저릿하게 뻗치는 저림이 계속되면 자세 탓만 하지 말고 병원에서 신경 쪽을 봐야 한다더라. 골반 틀어짐이 아니라 허리 디스크나 협착일 수도 있어서, 이건 자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었다(신경외과 칼럼).

발이 바닥에 닿게 앉는 자세 바꾸는 법

솔직히 오늘도 이 글을 쓰다가 오른 다리를 또 꼬고 있었다. 습관이 그렇게 쉽게 풀리면 습관이 아니겠지. 그래도 발을 바닥에 내리는 것부터, 그거 하나는 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