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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가 2030의 생활습관병이 된 이유

장수가 목표

허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그랬다.

“아직 젊은데 무슨 허리가 아파?”

스물다섯이었다. 그 말이 이상하지 않았다. 허리디스크는 나이 든 사람들 병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삼촌이 앓는 것, 할아버지가 수술받는 것. 그런 거라고.

아니었다.

허리디스크 2030 통계

평균 진단 연령이 36.9세가 됐다는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을 보면 척추질환 평균 진단 연령이 2012년에는 41.8세였다. 2021년에는 36.9세로 내려왔다. 불과 10년 사이에 발병 연령대가 거의 한 세대 아래로 쪼그라든 거다.

그냥 숫자가 아니다.

그 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의 기록이다.

2021년 신규 허리디스크 환자 118만 명 가운데 40%가 20~30대였다. 30대 허리디스크 환자 수가 20만 명이 넘는다. 80대 이상 환자의 두 배다.

노인 질환이라던 게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퇴행성 변화, 그러니까 노화 때문에 디스크가 닳는다는 게 원래 공식이었다. 근데 서른셋, 서른다섯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사람들한테 그 공식을 가져다 대면 맞지 않는다. 노화가 아니라, 살아온 방식이 문제였던 거다.


앉는 시간이 다 만든다

하루에 몇 시간 앉아 있는지 세어본 적 있나.

직장인이라면 출근해서 퇴근까지 의자에 붙어 있고, 집에 와서도 소파에 앉아 폰을 본다. 수험생이라면 더 심하다. 공시생, 고시생, 고3—장시간 좌식이 청년층 요추 손상의 배경이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앉은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30~40% 높다. 등받이 없이 앞으로 구부린 채 앉으면 디스크 압력이 최대 190%까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 6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허리디스크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

6시간. 많은 것 같지만 직장인 평균은 훨씬 넘는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 시간은 더 길어졌다. 집에서 일하니까 좋은 의자 없이, 높이 맞지 않는 식탁에 앉아서, 더 오래. 2030 허리 통증 호소가 그 이후로 급증한 게 이유 없는 일이 아니다.

좌식 자세와 디스크 압력

폰 보는 자세가 쌓인다

목을 15도 숙이면 경추·요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정상의 두 배다.

45도 숙이면 네 배가 넘는다.

2030 세대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5~7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고개가 어느 각도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서, 허리 굴곡이 잡힌 채 오래 있으면 디스크는 조금씩 버티고 있는 거다.

폰을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문제다.

근데 이걸 신경 쓰면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지금 이 글 쓰면서 확인해봤더니 고개가 완전히 숙여져 있었다.


운동이 오히려 터뜨리는 경우

이것도 틀린 생각이었다.

“운동하면 좋아질 거야”—맞는 말이다. 근데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평소에 아무 운동도 안 하다가 갑자기 헬스장 등록하고 데드리프트부터 시작하는 패턴. 허리 중립 자세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무게를 들다가 급성 탈출이 오는 경우가 2030에서 증가 중이다.

윗몸일으키기가 허리에 좋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아니다. 윗몸일으키기는 허리 굴곡을 반복적으로 가하기 때문에 이미 약해진 디스크에 추가 압박을 준다. 허리 강화 목적이라면 플랭크나 버드독이 훨씬 안전하다.

코어 근력이 약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고 과격한 운동을 시작하면, 버텨주는 근육이 없으니까 그 부하가 고스란히 디스크로 간다. 그게 탈출 유발로 이어지는 거다.

“운동하다 갑자기 허리가 나갔다”는 말을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허리보다 다리가 신호인 이유

허리가 아프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기 쉽다. 나도 그랬다. 파스 붙이고, 좀 쉬면 낫겠지 하고.

근데 허리디스크의 주된 증상은 허리 통증이 아니다. 방사통이다.

엉덩이, 허벅지 뒤쪽, 종아리, 발까지 뻗치는 저림이나 시린 느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허리와 다리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는 것.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한쪽 다리만 저린 것.

이런 신호가 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닐 수 있다.

쉬어도 2주가 넘어도 안 낫는다, 다리 저림이 동반된다, 기침할 때 악화된다—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더 나쁜 신호는 발을 들어올리기 어렵거나 발가락 힘이 빠지는 족하수, 대소변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이건 바로 내원해야 한다. 미루면 안 된다.

방사통 신호 4단계

쉬면 낫는다고 배웠는데

틀린 상식이다.

급성기, 처음 하루 이틀은 안정이 필요하다. 맞다. 근데 그 이상 무조건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코어 근력이 약해지고 만성화 위험이 커진다. 통증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벼운 활동과 스트레칭을 유지하는 게 권장이다.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도 틀렸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70~80%는 비수술 치료로 호전된다. MRI에서 디스크 돌출이 나와도 증상이 경미하면 수술 필요 없다. 보존적 치료를 먼저 충분히 시도하는 게 표준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의 10~20% 정도다.

그리고 추간판 수분 함량은 20대 초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아직 젊으니까 허리 걱정은 나중에”—이것도 틀렸다.

30대 전후가 발병이 집중되는 연령대다. 20대부터 자세 관리를 하고 코어 근육을 쌓아가는 것이 중년 이후 척추 건강을 결정한다.

지금 허리가 아프지 않더라도.

올바른 앉기 자세 vs 잘못된 앉기 자세

허리디스크가 노인 병인 시대는 이미 끝났다.

어떻게 앉았는지, 폰을 어떻게 봤는지, 어떤 자세로 10년을 살았는지가 서른다섯의 허리를 만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