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즘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깬다니까.” 친구가 통화 끝에 툭 던진 말이었다. 나도 며칠 전부터 새벽에 오른손이 저릿해서 이불 밖으로 손을 털던 참이라 귀가 열렸다. 손목이 아픈 거니까 손목 문제겠거니, 파스나 하나 붙이면 되겠거니 했다.
아니다. 며칠 지나서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저린 자리가 손목이 아니라 손가락이었다. 엄지, 검지, 중지 쪽만 찌릿했고 새끼손가락은 멀쩡했다. 손목 저림이라고 뭉뚱그렸던 게 사실은 손목 안쪽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 그러니까 수근관증후군의 전형적인 신호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파스 붙일 자리부터 틀렸던 이야기
처음엔 손목 바깥에 파스를 붙였다. 아픈 게 손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정작 저린 건 손끝이었고, 파스는 저림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손목 안쪽에는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가 있는데, 이걸 수근관, 즉 손목 터널이라고 부른다. 이 안으로 정중신경이라는 신경이 지나가고, 통로가 좁아지거나 압력이 올라가면 이 신경이 눌려 손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진다. 정중신경이 담당하는 게 딱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 절반까지다. 그래서 새끼손가락은 멀쩡했던 거다. 새끼손가락은 다른 신경(척골신경)이 담당하니까.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내가 저림을 느낀 손가락 지도가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랑 똑같았다. 파스를 손목 바깥에 붙였으니 애초에 눌린 신경 근처에도 못 갔던 거다.

왜 하필 40대 여성한테 몰리나 했더니
솔직히 처음엔 이게 손을 많이 쓰는 사람 얘기인 줄 알았다. 미용사나 조리사처럼. 그런데 통계를 보니 딱 내 또래 여자들 이야기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여성이 약 4배 많고, 40~50대에 환자가 몰려 있다. 환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40대 이상 여성이라는 서술도 여러 곳에서 반복된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오래 쓰고, 스마트폰을 쥐고 엄지로 두드리고, 설거지와 걸레질까지 손목으로 하는 생활이 그대로 겹친다.
여기에 하나 더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설명으로는 폐경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도 손목 터널 안을 붓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더라. 손을 많이 쓰는 것도, 호르몬이 흔들리는 것도 40대 이후 여성한테 한꺼번에 오는 거다. 나만 유난히 손이 약한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오히려 좀 놓였다.
다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니, 이건 병원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지 내가 단정할 건 아니다.
집에서 손끝으로 해본 자가 점검
정확한 진단은 신경전도검사 같은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그래도 병원에서도 쓰는 유발 검사 두 가지는 집에서 참고 삼아 해볼 수 있다길래, 저린 오른손으로 직접 해봤다.
하나는 팔렌 검사다. 두 손등을 마주 붙이고 손목을 90도로 꺾은 채 1분쯤 버틴다. 이때 엄지, 검지, 중지 쪽에 저림이나 찌릿함이 올라오면 의심 신호다. 나는 30초쯤 지나니 오른손 손가락이 슬슬 저려왔다.
또 하나는 티넬 징후. 손목 안쪽 정중앙, 손목 주름 부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본다. 손가락 끝으로 전기가 통하듯 찌릿하게 퍼지면 양성으로 본다. 이건 나는 애매했다. 이렇게 하나는 걸리고 하나는 애매한 게 오히려 자가 검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가 점검에서 함께 챙긴 세 가지가 있다.
| 확인 항목 | 손목터널증후군에 가까운 쪽 |
|---|---|
| 저린 위치 | 손목보다 엄지~중지 손가락 |
| 심해지는 때 | 밤에 심해져 잠에서 깸 |
| 새끼손가락 | 저리지 않고 멀쩡함 |
물론 자가 검사가 양성이라고 확진은 아니고, 음성이어도 증상이 있으면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손 저림은 엄지 쪽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건초염이나, 목에서 신경이 눌리는 목디스크와도 헷갈린다. 어깨나 목까지 같이 뻐근하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라, 나도 예전에 어깨가 안 펴지던 라운드숄더 때 목이랑 팔이 같이 저렸던 기억이 떠올라 더 조심스러워졌다.
손목이 꺾여 있던 걸 몰랐다
가장 어이없던 건 이거였다. 내 손목이 하루 종일 위로 꺾인 채였다는 걸 몰랐다.
정책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마우스나 키보드를 쓸 때 손목이 위로 꺾이는 자세가 오래 가면 손목 터널 안 압력이 올라간다. 이상적인 건 손목과 아래팔이 일직선을 이루는 손목 중립 자세다. 악수하듯 팔꿈치를 구부려 손을 올렸을 때 엄지가 자연스럽게 위를 향하는 방향, 그게 중립에 가깝다더라.
그 말 듣고 내 책상을 보니, 키보드 뒷다리를 세워 경사지게 써서 손목이 더 뒤로 꺾여 있었다. 뒷다리를 접고 손목 받침대를 대봤다. 팔을 앞으로 뻗어 저린 쪽 손바닥을 반대 손으로 지긋이 눌러 10초쯤 젖히는 스트레칭도 틈틈이 했다. 손을 반복적으로 쓰는 게 원인이라는 점에선 라켓 없이도 팔꿈치가 아팠던 테니스 엘보랑 결이 비슷했다. 결국 몸이 한쪽으로만 오래 눌려 있던 거다.
그렇다고 스트레칭으로 다 해결된다는 건 아니다. 밤마다 저려서 깨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엄지 아래 두툼한 근육이 홀쭉해지는 느낌이 들면 그건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신호라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야간에 손목 부목을 3개월쯤 착용하면 절반 넘게 증상이 나아진다는 자료도 있지만, 너무 늦추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니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핵심이다.
나는 아직 자가 관리 단계에 있다. 손목 받침대를 대고, 새벽에 손을 털던 횟수가 조금 줄었나 세어보는 중이다. 파스 붙일 자리부터 틀렸던 걸 생각하면, 저린 자리가 손목인지 손끝인지부터 다시 보는 것 — 지금 내 몸에 대해선 딱 거기까지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