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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D 결핍, 40대 여성이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장수가 목표

햇빛 좀 쬐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름에 산책도 하고, 주말에 밖에도 나가고, 그러니까 나는 비타민D 걱정은 없겠거니 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수치가 나왔는데. 17 ng/mL.

찾아보니 30 이상이 정상이고, 20 미만은 결핍이란다. 부족이 아니고 결핍. 근데 나만 이런 게 아니라더라. 한국 여성의 88%가 비타민D 부족 상태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10명 중 8~9명. 사실상 결핍이 기본값인 나라에 살고 있었던 거다.

비타민D 혈중 농도 기준 — 결핍·부족·정상 범위

왜 이렇게까지 결핍일까

직장인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긴 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 타고, 종일 실내에 있다가, 퇴근하면 해가 진다. 주말엔 나가더라도 자외선 차단제 바르고 모자 쓰고. 어차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는 비타민D가 안 만들어진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유리가 UVB를 다 막아버린다고.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창가에 앉아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거다.

야외에서 직접 햇빛을 맞아야 하는데, 그것도 최소 25분은 노출이 필요하다더라. 자외선 차단제 없이.

근데 생각해보면 자외선 차단제 없이 25분씩 밖에 서 있는 날이 1년에 며칠이나 되나. 게다가 겨울 반년은 태양 고도가 낮아서 UVB 자체가 땅에 제대로 안 닿는다.

결론은 하나다. 현대 한국인에게 햇빛만으로 비타민D를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40대 여성에게 특히 더 위험한 이유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거야 어떻게 보면 “다들 그러면 뭐” 싶을 수도 있다.

근데 40대 여성은 조금 다르다.

에스트로겐. 이게 문제다. 40대 중반부터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비타민D는 칼슘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 자체를 돕는다. 두 가지가 동시에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뻔하다. 골밀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내려간다.

폐경 전후 여성에게 칼슘이랑 비타민D를 같이 챙기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따로 따로가 아니라 세트로 작동하는 거니까.

비타민D 건강 영향

뼈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타민D를 뼈 얘기로만 알고 있었다. 아니었다.

면역도 연결되어 있다. 비타민D의 활성형인 칼시페디올이 면역세포에서 직접 사용된다. 자가면역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는데,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한 그룹이 자가면역 질환 위험이 22%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도 그렇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깊은 수면이 줄어든다는 연구들이 있다. 자도 피곤한 상태가 비타민D 결핍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이건 의외였다. 수면 문제는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기분도 마찬가지다. 비타민D 수용체가 뇌 전두엽이랑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변연계에 있다. 햇빛이 부족한 날 기분이 처지는 게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닌 거다.

그러니까 비타민D가 결핍된 상태로 지내면 뼈가 약해질 뿐 아니라, 면역이 흔들리고, 잠이 얕아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일들이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

노화 속도까지 바꾼다는 연구

여기서 좀 더 무서워지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약 25,000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 이상 추적한 VITAL 연구라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 병원이랑 조지아 의대가 함께 진행한 건데, 비타민D3를 복용한 그룹과 위약을 먹은 그룹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 지표다. 길수록 세포가 젊다는 의미.

결과가 꽤 컸다. 위약 그룹은 4년 동안 텔로미어가 16% 줄었는데, 비타민D3 복용 그룹은 2% 줄었다. 이걸 생물학적 나이로 환산하면 노화가 약 3년 늦춰진 셈이라고.

비타민D가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확인한 최초의 연구였다.

알고 나서 솔직히 좀 찔렸다. 이걸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그런 거.

VITAL 연구 텔로미어 비교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햇빛으로 해결 안 된다는 건 알겠는데, 보충제를 먹으면 되는 건지.

먹는 게 맞다. 단, 몇 가지는 확인하고 골라야 한다.

D3 형태를 선택하는 게 낫다. D2도 있는데, 동일 용량일 때 D3가 혈중 농도를 더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식물성을 찾는다면 이끼에서 추출한 D3도 나온다.

함량은 일반적으로 1,000~2,000 IU 수준에서 시작하고, 정확한 결핍 수준은 혈액검사로 확인한 뒤 의사랑 상의하는 게 제일 낫다. 참고로 한국 식약처 상한 섭취량은 4,000 IU다.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서 기름진 음식이랑 같이 먹어야 흡수율이 오른다. 식사 후에 먹는 게 공복 때보다 낫다.

마그네슘이랑 같이 챙기면 비타민D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비타민D 보충제 선택 기준

그래도 어찌됐든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고 나서 비타민D 보충제를 샀다.

매일 먹고 있냐고 하면, 어떨 땐 잊어버리고 어떨 땐 챙기고 — 뭐 그런 수준이긴 하다.

근데 적어도 이제는 안다. 햇빛 좀 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 창가에 앉아있다고 비타민D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게 뼈만의 문제가 아니라 잠이랑 기분이랑 세포 나이랑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

몸이 버텨야 나머지가 된다. 어찌됐든 살아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