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에도 죽지 않고 버티는 게 있다고 한다.
늙은 세포가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분열은 멈췄는데 죽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면서 주변에 안 좋은 신호를 계속 뿜어낸다고.
회춘 리프로그래밍 글 쓸 때 세포 나이를 되돌리는 쪽을 들여다봤었는데, 이번엔 정반대 접근이더라. 되돌리는 게 아니라 그냥 죽이는 거다. 늙은 세포를 골라서.
세놀리틱(senolytic). 처음 들었을 땐 이름부터 뭔가 약 이름 같다 했는데, 찾아보니 진짜 약 이름이었다.

노화세포라는 게 그렇게 말썽이었나
세포가 늙으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분열을 멈추고 조용히 죽거나, 아니면 그냥 계속 일하거나.
근데 셋째 길이 있었다. 죽지도 않고 일도 안 하면서 그 자리에 눌러앉는 것. 이걸 노화세포(senescent cell)라고 부른다는데,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BICS)에 따르면 이 세포들은 스스로 죽는 신호를 무시하고 생존 경로를 켜둔 채 버틴다.
문제는 가만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주변에 염증성 물질을 계속 분비해서 멀쩍이 떨어진 정상 세포까지 끌고 들어간다. 나이 들수록 이런 좀비 같은 세포가 조직에 쌓이고, 그게 만성 염증과 여러 노화 관련 질환의 공통 배경으로 지목된다고.
읽으면서 좀 섬뜩했다. 내 몸 안에 이미 이런 세포가 쌓이고 있을 텐데, 느껴지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세놀리틱이 뭘 한다는 건데
쉽게 말하면 이 노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약물이다.
여기서 핵심은 “골라서”다.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노화세포만 표적으로 한다는 게 이게 그냥 항암제 같은 무차별 살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Mayo Clinic 연구진에 따르면, 노화세포가 스스로를 지키려고 켜둔 생존 신호 네트워크를 일시적으로 무너뜨려서, 노화세포가 자기 사멸 신호를 더는 못 버티고 죽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후보가 다사티닙(Dasatinib)과 케르세틴(Quercetin)을 함께 쓰는, 흔히 D+Q라고 부르는 조합이다. 다사티닙은 원래 백혈병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고, 케르세틴은 양파나 사과에 풍부한 천연 성분이다. 둘을 같이 썼을 때 노화세포 제거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피세틴(Fisetin)도 있다. 딸기나 감에 들어있는 성분인데, 항산화·항염 효과와 함께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보고됐다고.
국내 연구도 있더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채규 교수 연구팀이 2017년 Nature Medicine에 새로운 노화세포 제거 약물을 발표하고, 퇴행성 관절염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생쥐는 36% 더 살았다는데
이 대목에서 숫자가 나온다.
Mayo Clinic 제임스 커클랜드 연구팀이 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생쥐(24~27개월령, 인간으로 따지면 75~90세쯌)에게 다사티닙과 케르세틴을 2주마다 3일씩 간헐적으로 먹였다. PMC에 등록된 해당 논문에 따르면, 치료받은 생쥐의 치료 후 중간생존기간이 36% 더 길었고 사망 위험은 64.9% 줄었다.
신체 기능도 같이 좋아졌다고 한다. 보행 속도, 매달리기 지구력, 악력, 트레드밀 지구력, 일일 활동량까지 다 향상됐다고.
이게 맞는 말인 게, 다른 보고에서는 노화세포를 30~50%만 제거해도 건강 수명이 의미 있게 늘었고 생쥐가 더 활발히 움직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절반도 안 없앴는데 이 정도라니.
그러니까, 이쯤 되면 “노화세포 = 노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가설이 그냥 가설로만 안 끝나는 거다. 실제로 줄였더니 수명도 늘고 기능도 좋아졌다는 거니까.
다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건 사람이 아니라 생쥐 얘기다.
그럼 사람한테도 듣나 — 아직은 물음표가 더 크다
기대했는데, 찾아볼수록 “아직”이라는 말이 자꾸 붙는다.
2026년 현재 세놀리틱 관련 인체 임상시험이 80건 넘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2026년이 여러 인체 임상 결과가 나오는 해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노화를 되돌린다”는 개념이 인체에서 확립된 건 아니고, 지금은 건강 수명(healthspan) 개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2019년 첫 인체 적용 연구에서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D+Q를 3일간 1회 투여했더니, 지방 조직과 피부 생검에서 노화세포 표지자가 실제로 줄어든 게 확인됐다. 사람 몸에서도 노화세포가 줄어들긴 한다는 첫 증거였던 셈이다.
폐경 후 건강한 여성 60명을 대상으로 한 2상 무작위대조시험(20주)에서는 간헐적으로 D+Q를 투여한 그룹의 골밀도가 개선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건강한 노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첫 무작위대조 세놀리틱 시험이라 의미가 있다고.
여기까지만 보면 꽤 그럴듯한데, 한계도 분명하게 짚고 가야 한다.
- 동물 모델 결과를 인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 다사티닙을 장기간 투여하면 폐부종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보고됐다.
- 인간 조직 검증이 제한적이다. 특정 집단(비만 환자 등)에 한정된 경우가 많고, 고령자 전반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
- 정확한 작용 기전이 완전히 규명된 건 아니다.
- “수명 연장” 자체를 1차 평가지표로 삼은 대규모 장기 인체 연구는 아직 없다.
그러니까 지금 단계에서 “세놀리틱이 수명을 늘려준다”고 말하면 너무 앞서간 거다. “생쥐 실험에서는 그랬고, 사람한테는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는 초기 결과가 있다” 정도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노화 시계라는 것도 같이 알게 됐다
찾다 보니 옆길로 새서 노화 시계(aging clock)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건 세놀리틱처럼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가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를 “재는” 도구다. DNA 메틸화 패턴의 변화를 분석해서 실제 나이보다 몸이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 추정하는 방식이라고.
1세대 시계(호바스 시계)는 353개의 DNA 마커만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했고, 2세대 시계(PhenoAge, GrimAge 등)는 임상 지표까지 같이 결합해서 정확도를 높였다고 한다.
예전에 써둔 생물학적 나이 검사 글에서 다뤘던 게 바로 이 노화 시계 개념이었다는 걸 이제야 연결해서 이해했다. 그땐 그냥 “재는 검사”로만 봤는데, 지금 보니 세놀리틱 같은 개입의 효과를 검증할 때 노화 시계 지표를 같이 쓰는 흐름이 있더라.
참고로 세놀리틱과는 별개 개입이지만, 국내 임상시험에서 종합비타민·미네랄을 복용한 그룹은 위약군보다 PCPhenoAge 연간 증가 속도가 2.6개월, PCGrimAge는 1.4개월 느려졌다는 결과가 있다고 한다. 노화 시계가 실제로 이런 비교에 쓰인다는 걸 보니, 측정과 제거(또는 늦추기)가 같은 판 위에서 돌아가는 구조라는 게 그제야 그려졌다.
투자는 이미 커졌더라
이 분야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있나 봤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국내는 세놀리틱 관련 정부 R&D 과제가 2024년 3건(약 5억 4,170만원), 2023년 2건(약 2억 4,431만원)이고, 2017~2024년 누적으로는 19개 과제, 약 27억 8,276만원 규모다. 글로벌로 보면 2024년 기준 297개 과제에 68.54억 달러가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한데, 투자 규모가 크다는 게 곧 인체에서 효능이 확립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 둘을 헷갈리면 안 된다. 산업이 베팅을 크게 하고 있는 것과, 그 베팅이 맞아떨어졌는지는 다른 이야기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뭘 해야 하나
다사티닙은 백혈병 치료제라 처방 없이 구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 부작용 위험도 있다고 했으니 임의로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케르세틴이나 피세틴 같은 천연 성분 보충제는 시중에 있긴 하지만, 그게 임상에서 쓰인 약물 용량·조합과 같은 건 아니라는 점도 다시 새겨야 한다. 양파를 많이 먹는다고 노화세포가 사라지는 건 아닐 거다, 아마.
결국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건 이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켜보는 것뿐인 듯하다. 노화세포를 제거한다는 발상 자체는 꽤 신선했고, 동물 데이터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사람한테 그대로 적용되려면 아직 몇 단계는 더 거쳐야 할 것 같다.
늙은 세포가 죽지 않고 버틴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내 몸 안에서도 지금 이 순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 싶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일단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