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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 따라 하면 100세 산다? 최근 들어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장수가 목표

몇 년 전에 블루존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신기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오키나와 할머니들이 콩을 많이 먹는다더라, 이탈리아 사르데냐 사람들은 와인을 매일 마시는데도 오래 산다더라. 어디서 들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어느 순간 상식처럼 자리 잡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이 개념 자체를 의심하는 기사를 봤다. 데이터가 가짜라는 거다.

10년 넘게 정설처럼 떠돌던 이야기에 균열이 생긴 셈인데, 그렇다고 다 거짓이라는 것도 아니란다. 양쪽 다 할 말이 있었다.

블루존이라는 말, 어디서 시작됐더라

찾아보니 시작은 2005년이었다. 탐험가 댄 뷰트너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장수의 비밀”이라는 커버스토리를 썼는데, 잡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반응이 컸단다. 그 뒤로 연구를 더 진행해 2008년에 책으로 정리했고, 거기서 5개 지역이 굳어졌다.

오키나와, 사르데냐, 니코야, 이카리아,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마지막 한 곳은 특정 종교 공동체라 나머지 4곳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뷰트너 팀은 이 5곳 주민들의 생활을 분석해서 공통점 9가지를 뽑아냈다. 그게 그 유명한 Power 9다.

블루존 5대 지역

9가지라는데 — 다 적어보니 별게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삶의 목적의식, 스트레스 해소, 배 80%까지만 채우기(하라하치부), 식물 위주 식단, 적당한 음주, 신앙 모임 참석, 가족 우선, 좋은 공동체에 속하기.

다 적고 나니 뭔가 거대한 비밀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생활습관 모음이었다. 운동을 따로 안 해도 정원 가꾸고 걸어 다니면서 20분마다 몸을 움직이는 환경. 오키나와에서는 이키가이, 니코야에서는 플란 데 비다라고 부르는,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 하나씩 갖고 사는 것.

이키가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는데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 알고 보니 분명한 삶의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은 기대수명이 최대 7년까지 늘어난다는 거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살자” 같은 막연한 얘기가 아니라 숫자로 나와 있다는 게 의외였다.

신앙 모임에 한 달에 4번 나가는 게 기대수명을 4~14년 늘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건 좀 멈춰서 다시 읽었다. 신앙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그 행위 자체가 작용하는 것 같았다.

가족을 우선에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이 든 부모나 조부모를 가까이 두거나 같이 사는 게, 함께 사는 자녀 쪽의 질병률과 사망률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단다. 누가 누구를 챙기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지켜주는 거였다는 얘기.

그런데 이게 다 가짜라는 사람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다 좋은 이야기였다. 근데 2024년에 한 연구자가 이걸 정면으로 받았다.

옥스퍼드 인구고령화연구소의 솔 저스틴 뉴먼이라는 사람이다. 초고령자 기록 다수가 행정 오류와 연금 사기를 암시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논문을 내놨다. 이걸로 2024년 이그노벨상 인구통계학 부문까지 받았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출생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한 1900년 전후로 110세 이상 인구 수가 급격히 줄어든 걸 보면 그 이전 나이 기록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게다가 초고령 인구 비율이 높게 나오는 지역일수록 오히려 빈곤율이 높고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빈곤과 연금 부정수급 압박이 100세 이상 기록의 강력한 예측 변수였다는 거다.

오키나와 식단을 예로 들었는데, 채소와 고구마가 핵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오키나와 주민이 일본 내에서 채소·고구마를 가장 적게 먹고 BMI는 가장 높다고 짚었다.

이 부분은 좀 충격이었다. 내가 알던 오키나와 식단 이미지랑 정반대였으니까.

뉴먼의 주장과 뷰트너 측 반박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 그럼 누구 말이 맞는 건데

뉴먼의 비판이 나오자 뷰트너 쪽도 가만있지 않았다. 2024년 10월에 공동 성명을 냈다.

오키나와, 사르데냐, 이카리아, 니코야 4곳은 엄격한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완전히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뉴먼의 분석이 블루존 자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넓은 행정구역 단위 데이터를 썼기 때문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사르데냐 블루존은 1866년부터의 시민 신분 데이터베이스, 17세기 이후 교회 필사본 기록, 마을 전체 계보 재구성까지 여러 독립 출처로 맞춰봤다고 설명했다.

말로만 끝난 게 아니라 2025년에 정식 동료심사 논문도 나왔다. The Gerontologist에 실린 “블루존 인구통계의 타당성”이라는 논문인데, 미국노화연구재단 과학국장과 사르데냐 블루존 원 연구자가 같이 썼다. 출생·사망 시민 기록, 교회 기록보관소, 계보 재구성, 군사·선거인 명부, 직접 인터뷰까지 다중 출처로 검증했고 확인되지 않는 사례는 체계적으로 제외했다는 내용이다.

이쯤 되니까 나도 헷갈렸다. 양쪽 다 자기 논리가 그럴듯했다.

처음엔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이걸 읽으면서 어느 쪽이 맞는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2026년 5월 미국 의학매체 STAT가 이 논쟁의 현재 상황을 정리한 기사를 냈는데, 두 입장이 그냥 공존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원조 블루존 지역 다수에서 예전 같은 장수 효과가 더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양쪽 다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니코야의 경우 코스타리카대 인구학자가 2023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3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이전 세대만큼 오래 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댄 뷰트너 본인도 지금 모든 블루존이 약화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대신 싱가포르 같은 새로운 장수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단다. 건강수명을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 싱가포르를 꼽았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결론은 “블루존은 가짜다” 혹은 “블루존은 진짜다”로 딱 갈리는 게 아니라, 데이터 신뢰성 논쟁은 진행 중이고 원래 지역의 장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고 있다는 두 가지가 동시에 맞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제 와서 뭘 믿고 따라 해야 하나

논쟁이 어떻게 결론 나든, 따로 떼어놓고 봐도 괜찮은 부분이 있더라.

콩류를 식탁에 자주 올리는 것. 렌틸콩, 검은콩, 병아리콩 한 컵을 반찬 하나로 바꾸는 정도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얘기다.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한 사회적 유대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할 가능성이 50%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단다. 거창한 모임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는 정도의 일상적 교류면 된다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늘리는 것도 결국 헬스장이 아니라 계단 이용하고 휴식 시간에 걷는 정도다. 80% 법칙도 별게 아니다. 배가 80% 찼다고 느끼는 시점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습관.

말은 쉬운데 나는 아직 이 중 절반도 못 지키고 있다. 콩 반찬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먹나 싶고, 80% 법칙은 회식 자리에선 매번 잊어버린다.

블루존 실생활 적용법 5가지 체크카드

결국 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블루존이 통계적으로 완벽히 입증됐는지 아닌지는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따져볼 문제다.

나한테는 그게 진짜냐 가짜냐보다, 콩 한 줌 더 먹고 사람 만나는 시간 늘리는 게 손해 볼 일은 아니라는 쪽으로 정리됐다.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콩 반찬은 오늘 저녁에 하나 더 올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