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는 그냥 땀 빼고 개운해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 4~7회 사우나를 가는 사람이 주 1회만 가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40% 낮다는 연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휴식이 아니라 거의 운동 수준의 이야기였다.
핀란드 사람들이 사우나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건 알았어도, 그게 수명이랑 이 정도로 엮여 있을 줄은 몰랐다.
핀란드 코호트가 20년 넘게 추적한 결과
이 수치가 나온 데는 출처가 있다. 핀란드 동부 지역에서 진행된 쿠오피오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인자 연구, 줄여서 KIHD 코호트다. 1984년부터 1989년 사이 42~60세 중년 남성 2,315명을 모집해 평균 20.7년을 추적했다.
자리 라우카넨 교수 연구팀이 2015년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이 분석에 따르면, 사우나 빈도를 주 1회·주 2~3회·주 4~7회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주 2~3회 이용자는 전체 사망률이 24% 낮았고, 주 4~7회 이용자는 40% 낮았다.
추적 기간 동안 급사 190명, 치명적 관상동맥질환 281명, 치명적 심혈관질환 407명, 전체 사망이 929명 발생했다는 게 이 연구의 규모다. 20년 넘게, 2천 명이 넘는 사람을, 사우나 가는 횟수로 나눠서 본 거다.

여성도 포함한 후속 연구에서는 더 뚜렷했다
처음 봤을 때는 중년 남성 데이터라는 게 좀 걸렸다.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찾아보니 2018년 후속 분석이 따로 있었다. 같은 라우카넨 연구팀이 남녀 1,688명(여성 867명, 남성 821명, 평균 연령 63세)을 중앙값 15년 추적한 결과다. 심혈관 사망에 한정해서 봤을 때 사우나 빈도별 1,000인년당 사망률이 주 1회 10.1명, 주 2~3회 7.6명, 주 4~7회 2.7명으로 나왔다. 다변량 보정 위험비로는 주 4~7회 그룹이 주 1회 그룹 대비 0.23 — 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사우나 빈도와 지속시간이 심혈관 사망 위험과 강하고 독립적인 역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여성도 포함된 데이터라는 게 일단 다행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끝낼 일만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안심해도 되는 부분과 별개로 짚어야 할 게 있었다. 횟수가 늘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건 알겠는데, 그 횟수를 채울 만한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얘기 아닌가 싶었던 거다. 그래도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 자체는 무시할 수 없으니 계속 따라가봤다.
같은 KIHD 코호트를 가지고 치매 쪽도 들여다본 분석이 있다.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 연구팀이 2016년 Age and Ageing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주 4~7회 사우나 이용자는 주 1회 대비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이 66%,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65% 낮았다. 염증 감소, 수면 질 개선, 스트레스 완화가 가능한 메커니즘으로 제시됐다.
사망률, 심혈관, 치매까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이렇게 쌓여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럼 사우나가 그냥 운동이나 마찬가지인 거 아닌가
여기까지 보고 나니 궁금해졌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건데 왜 이런 효과가 나는 건가.
2026년 4월 핀란드 투르쿠대학교·동핀란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Temperature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가 이 부분을 설명해준다. 평균 연령 50세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사우나 30분 이용 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측정했는데, 심박수 증가와 혈관 확장, 혈류량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며 저~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보였다.
독일 마틴 루터 대학교 연구팀이 성인 19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론이었다. 섭씨 93도, 습도 13% 환경에서 25분 사우나를 했을 때 혈압과 심박수 상승이 실내자전거를 100W 부하로 타는 중강도 운동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몸은 어느 정도 운동한 것처럼 반응하는 거다. 다만 근육 활동이 거의 없어서 체중 감량 효과는 없고, 사우나 직후 줄어든 체중은 그냥 땀으로 빠진 수분이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운동 대체재로 오해하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얼마나, 어떻게 가야 하는 건데
수치를 봤으니 이제 실전이다. 국내 사우나 이용 가이드를 종합해보면 1회 적정 이용 시간은 10분 전후다. 한 번에 오래 머물며 땀을 많이 빼는 것보다 짧게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권고된다. 사우나에 머문 시간의 약 2배 정도를 휴식하며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들어가는 식이다.
핀란드 코호트의 빈도 기준과 종합하면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범위는 주 4~7회, 1회 약 15분 내외다. 이 정도까지는 솔직히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는 일주일에 사우나를 한 번 가기도 빠듯한데, 매일 가다시피 하라는 얘기니까.
다만 주 2~3회부터도 심혈관 사망률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게 위로가 된다. 매일은 못 가도 주말에 한 번, 평일에 한 번 정도는 노려볼 만하다는 뜻이다.
| 빈도 | 전체 사망률 (주1회 대비) | 심혈관 사망 위험비 |
|---|---|---|
| 주 1회 | 기준 | 기준 |
| 주 2~3회 | 24% 감소 | 0.75 |
| 주 4~7회 | 40% 감소 | 0.23 |
한국엔 핀란드식 사우나가 별로 없는데 — 찜질방으로도 되나
이 대목에서 막혔다.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는 한국에 흔하지 않다. 대신 익숙한 건 동네 목욕탕 한증막이나 찜질방이다.
찜질방은 체온이 오르며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좋아져 피로회복, 심신 이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 관절염 부위의 염증 부산물 흡수가 빨라져 통증이나 붓기가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어깨·목 근육이 풀리는 느낌, 그건 나도 찜질방 다녀온 날마다 확인했다.
가정에서 온찜질을 하는 경우라면 40~45도가 적정 온도다. 45도에 가까울수록 적용 시간은 짧게 — 30초 정도, 40도 정도면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권고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어야 할 게 있다. 핀란드 코호트 결과를 한국 찜질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IHD 연구는 핀란드식 건식·습식 사우나 이용자를 대상으로 했고, 한국의 찜질방·한증막은 온도·습도·이용 방식이 다르다. 같은 사망률 감소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있는 직접 비교 연구는 아직 없다.
그러니까 찜질방 다니면서 “나도 사망률 40% 낮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앞서간 거다.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같은 연구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과도한 열 노출이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막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좋은 효과만 보고 넘어가려다 멈췄다.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80도 이상 고온욕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된다. 심혈관 질환자는 혈관 손상과 수축·이완 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 사우나의 급격한 온도 변화가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혼자보다는 보호자와 동반하고, 이용 시간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한다.
음주 후 사우나는 절대 병용 금기다. 탈수와 실신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됐다. 한 기업 회장이 사우나 후 찬물로 옮기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핀란드 내에서도 사우나 관련 사망이 매년 발생하는데, 주로 음주 후 장시간 머물다 고체온증에 빠지거나 기존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사람이 급성 심장 문제를 겪는 경우라고 보도된다.
좋다는 걸 알게 됐다고 무작정 자주, 오래 들어가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거. 그게 이번에 제일 크게 남은 생각이다.
갱년기 즈음 잠 못 자는 문제로 끙끙댄 적이 있는데, 그때 찾아본 갱년기 불면증 글에서도 결국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좋다는 걸 무리해서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거.
남편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럼 주말마다 같이 찜질방 가자고 한다.
좋다, 한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