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곤하다.
충분히 잤는데도, 쉬었는데도, 커피를 마셔도. 그냥 만성적으로 무겁다.
그게 나이 드는 거겠거니 했다. 아니면 일이 많아서. 아니면 운동 부족. 이유는 항상 있으니까.
근데 말이지. 숨 쉬는 방법 때문에 피곤할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
만성피로 환자의 58%는 호흡이 잘못되어 있다더라
2025년 11월에 국제 의학 저널 Frontiers in Medicine에 실린 연구가 있다.
만성피로증후군(ME/CFS) 환자 57명과 건강한 대조군 25명을 비교했더니 — 만성피로 환자의 58%가 비정상적인 호흡 패턴을 갖고 있었다. 같은 기준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16%.
그냥 약간 다른 수준이 아니다. 42%는 기능적 호흡 장애 기준을 충족했고, 32%는 과호흡 상태였다. 건강한 사람 중 과호흡은 4%에 불과했다.
근데 흥미로운 게 있었다. 이 사람들의 최대 산소섭취량, 즉 폐나 심폐 기능의 실제 용량은 건강한 사람들과 거의 같았다.
폐가 나쁜 게 아니었다.
숨 쉬는 방식이 이상한 거였다.
어떻게 숨을 쉬고 있냐는 거지
연구에서 말하는 비정상적인 호흡 패턴이라는 게 뭐냐면.
- 자꾸 깊은 한숨을 내쉰다
-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숨을 쉰다
- 배를 억지로 집어넣으면서 숨을 내쉰다
- 아랫배가 전혀 안 움직이고 가슴만 오르락내리락한다
- 가슴과 배가 따로 움직인다
지금 내 호흡 한 번 체크해봐.
배꼽 아래에 손을 얹어보고, 숨을 쉬는데 거기가 움직이는가.
아마 안 움직이는 사람이 많을 거다. 가슴만 쓰고 있는 거다.

피곤한 이유가 여기 있었군
호흡과 피로는 직접 연결돼 있다.
몸이 피로를 느끼는 건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ATP)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ATP를 만들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가 최종 전자 수용체 역할을 하는 거다.
숨을 얕게 쉬면 가스 교환 효율이 떨어진다. 폐의 아랫부분은 쓰지 않고 위쪽만 쓰는 셈이니까. 산소는 덜 들어오고, 이산화탄소는 덜 나가고.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몸이 더 무거워진다.
이게 악순환이 되는 거다.
피곤하면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 구부정한 자세는 횡격막 운동 범위를 좁힌다 → 호흡이 더 얕아진다 → 더 피곤해진다.
알고 나니 좀 억울하다. 몸이 어디 고장 난 게 아니고 그냥 숨을 잘못 쉬고 있었던 거잖아.
수면 무호흡은 다른 이야기다
잠을 자면서도 호흡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수면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숨이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 옆에서 자봤다면 알 거다. 코골이가 갑자기 멈추고, 잠깐 정적이 있다가, 다시 크게 골기 시작하는 그 패턴. 그게 무호흡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이게 반복되면 뇌가 자꾸 깨어나는 신호를 보낸다. 사람은 자각을 못 하더라도 수면이 계속 단절되는 거다. 깊은 잠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8시간을 눈 감고 있었어도.
이전에 수면 무호흡증이 코골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 이건 심혈관계까지 망가뜨리는 문제다. 그냥 피곤한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냐면
방법은 있다. 복식호흡, 즉 횡격막 호흡이다.
복잡하지 않다.
누워서 배꼽 아래에 손을 올린다. 숨을 들이쉬면서 그 손이 위로 올라오게. 내쉬면서 내려가게. 가슴은 최대한 안 움직이게.
처음엔 어색하다. 나도 처음 해봤을 때 배가 어색하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이상했다. 근데 이게 맞는 호흡이다.
횡격막이 제대로 내려가면서 폐 아래쪽까지 공기가 채워지는 거다. 가스 교환 효율이 올라간다. 거기에 더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근육이 이완되고 혈관이 넓어진다. 혈액 공급이 좋아지는 거다.
연구 결과도 있다. 불안, 두통, 근육 긴장, 피로, 불면증에 복식호흡이 치료적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고 — 2025년 만성피로 연구팀도 호흡 재훈련이 만성피로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나는 지금도 잘 못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걸 알고 나서도 일상에서 복식호흡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컴퓨터 앞에 앉아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숨을 참거나 얕게 쉬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하다. 가슴이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 올 때 보면 숨을 거의 안 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알면서도 안 고쳐지는 게 습관이라는 거지 뭐.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 의식적으로 배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다르다는 건 느낀다. 머리가 좀 맑아지고, 어깨가 내려가고, 눈 뒤가 덜 욱신거린다.
몸이 버텨야 나머지가 된다. 그 버팀이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알았다.
그니까 한 번 숨 쉬어봐.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