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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망치는 것들, 하나씩 손봤더니

장수가 목표

잠을 못 자는 밤에는 항상 이유를 만들었다.

어제 커피를 늦게 마셨나. 방이 더웠나. 폰을 너무 오래 봤나. 각각의 이유는 알면서, 다 연결해서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하나씩 손을 댔다. 카페인 마시는 시간, 침실 온도, 자기 전 화면, 마그네슘 보충제까지.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이래저래 읽다 보니 고치게 됐다.

수면 방해 요소 4가지

오후 커피가 뇌를 건드리고 있었다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눕자마자 잠드니까. 중간에 깨는 것도 없고. 그런데 왜 아침이 개운하지 않은 건지는 몰랐다.

카페인이 뇌에서 졸음 신호를 차단하는 아데노신을 막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문제는 잠든 이후에도 벌어진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카페인이 체내에 남아 있으면 겉으로는 자고 있어도 뇌가 얕은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깊은 수면이 줄어드는 거다. 잠은 잤는데 쉬지 못한 느낌의 정체가 거기 있었다.

카페인 반감기가 4~6시간이라는 것도 계산해봤다. 오후 3시 커피 한 잔(100mg 기준)이 밤 9시에도 절반이 혈중에 남아 있다. 밤 11시에 자도 여전히 뇌를 건드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오후 2시 이후로 안 마신다. 오후가 버텨지냐고. 처음 2주는 죽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익숙해지더라. 습관이 이렇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사봤는데 모르겠다

자기 전에 폰을 보면 안 된다는 말은 귀에 박혔다.

그래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샀다. 노란 알 색깔 나는 걸로. 쓰고 폰 보면 잠이 잘 올 줄 알았는데, 효과를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최근 나온 연구들을 보면 결론이 갈린다. 2025년 Frontiers in Neurology 메타분석은 수면 시작 시간, 총 수면 시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다른 논문은 제대로 된 등급의 호박색 렌즈를 쓴 연구에서는 전부 효과가 나왔다고 했다.

차이를 만든 건 mDFD라는 기준치라고 한다. 1.0 이상이면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안경이 이 기준을 못 맞춘다는 거다. 내가 산 것도 얼마짜리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냥 누렇길래 되겠거니 했었다.

안경보다 먼저 할 게 따로 있더라. 화면 밝기 최저로 낮추기, 취침 전 거실 조명 노란빛으로 바꾸기. 빛의 색보다 밝기를 낮추는 게 멜라토닌 억제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었다. 안경은 이런 것들 다 하고도 효과가 부족할 때 추가 수단이지, 처음부터 쓴다고 해결이 되는 게 아니었다.

자기 전 화면 밝기와 조명을 조절하는 순서

침실 온도 18도, 그게 맞는 건지 한동안 헷갈렸다

침실 온도 18~19도가 수면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봤다.

근데 자료마다 달랐다. 어떤 곳은 18~22도, 어떤 곳은 20~22도, 외국 연구를 인용한 기사는 16~18도까지 낮춰야 한다고 했다.

공통으로 나오는 설명이 하나 있었다. 잠들 준비를 할 때 몸은 심부체온을 낮춘다는 거다. 피부 체온이 아니라 뇌와 내장이 있는 속의 온도가 약 1도 정도 떨어져야 뇌가 깊은 잠 단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방이 너무 더우면 이 과정이 방해받는다.

그러니까 정확한 숫자보다 이 심부체온 저하를 도와주는 환경인지가 기준이었다.

에어컨을 새벽 2시에 꺼지게 타이머 맞춰두던 걸 바꿔서 22도 고정으로 틀기 시작했다. 습도도 처음 온습도계를 올려놨더니 34%였다. 그때까지 매번 자고 나서 목이 칼칼했는데, 이유가 거기 있었던 거다. 가습기로 50% 안팎으로 맞추기 시작했다.

마그네슘을 멜라토닌보다 늦게 알았다

눈 밑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게 신호였는데, 그때는 그냥 피곤한 거라고 넘겼다.

피곤한데 누우면 머릿속이 돌아간다. 해결해야 할 것도 없는데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이 패턴을 한두 달 이어가다 멜라토닌부터 샀다. 먹으면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마그네슘 이야기를 읽게 됐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야간 코르티솔이 억제가 안 된다는 거다. 코르티솔이 낮에 높고 밤에 낮아야 하는데, 마그네슘 없이는 이 조절이 안 돼서 밤인데 몸이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는 설명이었다. 피곤한데 못 자는 패턴의 이유가 여기도 있었던 거다.

그리고 마그네슘은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를 활성화한다. 마그네슘이 부족한 상태에서 멜라토닌 보충제를 먹는 건, 연료가 없는 차에 엔진 오일을 넣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 정확했다.

수면 목적이라면 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 형태가 흡수율이 높다고 한다. 약국에서 흔히 보이는 산화마그네슘은 흡수율이 4% 수준이라니까, 이왕 살 거면 형태를 따지는 게 맞다.

순서가 틀렸던 거다, 처음부터.

하나씩 바꿔보니 달라진 것

거창한 변화가 있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작은 게 꽤 많이 달라졌다. 새벽에 깨서 뒤척이는 횟수가 줄었다. 아침에 목이 칼칼한 날이 없어졌다. 눈 밑 떨림이 사라졌다. 오전이 좀 덜 무겁다.

하나만 바꿔서 된 게 아니라 여러 개를 같이 건드렸기 때문에 뭐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원래 몸이라는 거겠지. 한 가지 원인, 한 가지 해결책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커피 시간을 앞당기고, 침실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화면 밝기를 낮추고, 마그네슘을 챙기는 것.

이것들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알지만, 알면서도 안 하는 것들이었으니까.

당신 침실 온도는 몇 도야.

참고: 카페인과 수면은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013 논문,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근거는 Cochrane Review, 마그네슘 보충제 근거는 BMC/Springer 2021 메타분석을 기준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