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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꾸 깨는 이유, 잠은 잘 드는데 3시면 눈이 떠졌다

장수가 목표

한동안 새벽 3시가 되면 눈이 떠졌다. 잠드는 건 문제가 없었다. 누우면 금방 곯아떨어지는 편이라 나는 스스로 잠 하나는 잘 잔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눈을 뜨면 늘 3시 언저리였다. 천장을 한참 보다가 다시 잠들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옆에서 자는 남편은 미동도 없는데 나만 어둠 속에서 눈을 껌뻑였다. 이게 나이 드는 신호인가 싶어 좀 서글펐는데, 알고 보니 이름이 붙은 증상이었다. 새벽에 자꾸 깨는 이유, 정확히는 잠은 드는데 유지가 안 되는 수면 유지 장애.

잠드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불면증이라고 하면 다들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뒤척이는 장면을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불면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눕자마자 자니까.

그런데 불면은 종류가 갈린다더라. 잠들기 어려운 게 입면 장애, 자다가 자꾸 깨는 게 수면 유지 장애, 새벽 4~5시에 너무 일찍 깨는 게 이른 아침 각성.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에 따르면 이 중 하나만 있을 수도, 여러 개가 겹칠 수도 있다. 나는 잠은 잘 드니 앞쪽은 통과인데 가운데에서 걸린 거였다.

사실 밤새 한 번도 안 깨는 사람은 드물다. 성인의 뇌는 하룻밤에 100번 넘게 미세하게 깬다는데, 대부분은 깬 줄도 모르고 다시 잠든다. 수면이 90분 안팎 주기로 돌기 때문에 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잠깐 얕아지는 건 정상이라고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설명한다. 문제는 깬 다음이다. 20분 넘게 다시 못 자고, 그런 밤이 주 3회 이상 반복될 때. 딱 내 얘기였다.

밤사이 수면이 얕아지는 흐름

왜 하필 새벽 2~4시일까

이 대목이 제일 궁금했다. 왜 매번 3시쯤인가.

밤의 앞부분, 그러니까 잠든 직후 서너 시간은 깊은 잠이 몰려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얕은 잠과 꿈꾸는 잠(REM)이 늘어나는데, 이 구간은 원래 깨기 쉬운 상태다. 하필 새벽 2~4시는 체온이 하루 중 가장 낮게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몸이 여러 스위치를 한꺼번에 만지는 시간대인 셈이다.

여기에 코르티솔이 얹힌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그 코르티솔은 원래 자정에 가장 낮고 새벽 2~3시부터 슬금슬금 올라 아침 기상 무렵 확 치솟는다. 깨어날 준비를 시키는 정상적인 리듬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오래 쌓이면 이 알람이 앞당겨진다. Biology Insights의 설명을 보면, 기상 신호가 7시가 아니라 3시에 울려버리는 격이다. 만성 불면인 사람의 약 60%에서 이 호르몬 조절이 어긋나 있다는 연구도 있다더라.

읽고 나서야 그해 내 상태가 떠올랐다. 회사 일이 유난히 조이던 시기였고, 자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다음 날 할 일을 굴리다 잠들곤 했다. 몸은 자는데 스위치는 안 꺼져 있던 거다.

처음엔 그냥 나이 탓이겠거니 했다. 아니, 반은 맞았다. 40대부터 깊은 잠 비율이 실제로 줄어드니까. 그런데 나이만 탓하기엔 겹친 게 너무 많았다. 나이는 바닥을 깔았고, 그 위에 술과 카페인과 스트레스가 하나씩 쌓여 새벽 3시를 만든 거였다.

술 한 잔이 잠을 재우고 새벽을 깨웠다

가장 뜨끔했던 건 술이었다. 나는 오래 자기 전 와인 한 잔이 잠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마시면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니까.

그게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술은 처음엔 진정제처럼 작동해 잠을 재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알코올이 몸에서 다 분해되고 나면 억눌려 있던 뇌가 반동으로 튀어 오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를 보면 이때 심박이 빨라지고 땀이 나면서 잠이 확 얕아진다. 밤 10시에 마신 한두 잔은 새벽 2~3시쯤 다 대사되는데, 그게 딱 각성 시간과 겹친다.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알람을 맞춰둔 셈이었다.

카페인도 비슷했다. 나는 오후에 마셔도 잠은 잘 드니 괜찮은 줄 알았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평균 다섯 시간이라, 오후 3시에 마신 커피의 절반이 저녁 8시까지 남아 있다. 내성이 생기면 잠드는 데는 지장이 없어도 새벽에 얕게 깨는 패턴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더라. 이 얘기는 예전에 오후 카페인 마시는 시간을 따져보며 한 번 정리했었다. 갱년기 호르몬 변화도 새벽 각성의 큰 원인 중 하나인데, 이건 갱년기 불면증 글에서 따로 다뤘으니 여기선 접어둔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만 바꿔봤다. 술은 자기 3시간 전에 끊고, 커피는 오후 2시가 마지노선. 그리고 하나 더, 새벽에 깨도 시계를 안 봤다. 예전엔 눈 뜨면 반사적으로 폰을 켜 “또 3시네, 이제 세 시간밖에” 하고 계산부터 했는데, 그 계산 자체가 정신을 완전히 깨웠던 거다. 시계를 뒤집어 두는 것만으로도 다시 잠드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새벽에 다시 잠드는 방법

정 안 잠기면 침대에서 나온다. 20분쯤 뒤척여도 안 자지면 거실에 나가 불을 낮추고 멍하니 있다가 졸리면 돌아온다. 스탠퍼드 수면 클리닉에서 표준 치료로 쓰는 자극 조절이라는 방법인데, 이름은 거창해도 결국 “침대는 자는 곳이라는 걸 몸에 다시 알려주기”다. 억지로 눈 감고 버티는 게 오히려 침대와 각성을 붙여놓는다는 거다.

다만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다 숨이 막혀 깨거나, 아무리 자도 낮에 졸음이 쏟아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건 습관을 손보는 걸로 안 되고 수면 무호흡을 의심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건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도 나와 있다. 나는 다행히 거기까진 아니었다.

요즘은 자다 깨도 예전만큼 오래 눈을 뜨고 있지 않다. 여전히 가끔 3시에 눈이 떠지긴 하는데, 시계를 안 보고 그냥 이불을 다시 끌어당기면 어느새 아침이다. 완전히 고쳤다고는 못 하겠다. 다만 어둠 속에서 혼자 초조하던 그 서늘한 감각은, 이제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