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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가 발견한 노화 방패 단백질 — FARSA,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장수가 목표

나이 들수록 왜 자꾸 아픈 건지.

딱히 크게 아픈 것도 아닌데 뭔가 만성적으로 찌뿌둥하고, 피로가 예전 같지 않고, 사소한 것들이 예전보다 오래 간다.

몸이 원래 이렇게 되는 건가 싶다가도, 어떤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도리어 팔팔한데. 그냥 운이나 유전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KAIST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하나가 좀 눈에 들어왔다. 세포 안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꽤 오래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FARSA 단백질 개념

세포 안에 오작동하는 경보기가 있다

2026년 5월, KAIST 이승재·김유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Molecular Cell에 논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거다.

나이가 들면 세포 안에 이중가닥 RNA(dsRNA)라는 것이 쌓인다. 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흘러나오는 건데, 이게 쌓이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계속 경보를 울린다.

원래 이중가닥 RNA는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다. 면역계가 “바이러스다!” 하고 달려드는 신호가 되는 거다. 근데 나이가 들면, 바이러스가 없어도 이 RNA가 세포 안에서 자꾸 만들어지고 축적된다.

결과는 만성 면역 과활성화다. 경보기가 계속 울리는 상황. 소방관(면역세포)이 허탕을 치며 과로하다가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로 상태가 바로 우리가 “나이 드니까 자꾸 아프다”고 느끼는 것들 중 상당수의 정체인 셈이다.

나이 들수록 작은 것에도 피로감이 더 크게 온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몸이 허약해서가 아니라 세포 단위에서 이미 그런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거다. 뒤늦게 맥락이 이어졌다.

FARSA가 하는 일 — 경보기 오작동을 고쳐주는 기술자

연구팀이 발견한 건 FARSA라는 단백질이다. 원래 이름은 페닐알라닐-tRNA 합성효소 알파 서브유닛. 발음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FARSA.

원래 알려진 기능은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쓰이는 효소였다. 근데 연구팀이 밝힌 건, FARSA에 완전히 다른 두 번째 기능이 있다는 거다.

FARSA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새어 나온 이중가닥 RNA를 직접 붙잡아서, RNA 풀이 효소와 협력해 분해해버린다. 경보기가 오작동하기 전에 원인을 제거해버리는 기술자 역할이다.

덕분에 세포 안에서 면역 과활성화가 억제되고, 면역-수명 균형이 유지된다.

김유식 교수의 말을 빌리면 “번역 기능과는 독립적으로 dsRNA를 억제해 수명을 연장하는 새로운 기능”이라고. 사실 이게 핵심이다. 기존에 알려진 기능 말고 완전히 새로운 역할이 있었다는 거니까.

“강한 면역 = 장수”가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흔들렸다. 면역 강한 게 당연히 좋은 거라고 믿어왔는데, 그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이 연구에서 또 흥미로웠던 건 따로 있었다.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면역이 강하면 오래 사는 거 아닌가?” 근데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까운 현상이 자주 관찰됐다. 면역이 과하게 활성화될수록 오히려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 왜 그런지 분자 수준의 설명이 없었다.

FARSA 연구가 이 패러독스에 답을 줬다. 세포 안에 이중가닥 RNA가 쌓이면서 면역이 과하게, 만성적으로 작동하는 것. 그게 노화를 가속시킨다. FARSA는 이걸 억제하는 거니까, 면역 자체를 끄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과활성화만 잡아주는 균형 조절자다.

강한 면역이 아니라 균형 잡힌 면역이 장수의 조건이라는 것.

이중가닥 RNA와 면역 경보 작동 원리 설명

FARSA만 있는 게 아니다 — KAIST의 연속 발견들

이 부분을 찾아봤을 때, 한 연구팀이 이렇게 연달아 발견을 한다는 게 좀 놀라웠다. 우리 몸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느낌.

알고 보니 이승재 교수팀이 이런 연구를 연속으로 해왔더라.

2025년 8월엔 PELOTA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비정상 mRNA를 제거하는 역할인데, 이걸 과발현시키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2026년 2월엔 RNASEK. 세포 안에 쌓이는 원형 RNA를 분해하는 효소인데, 역시 나이 들수록 줄어들면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였다.

패턴이 보인다. 세포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RNA들, 그걸 치우는 단백질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 청소 기능이 약해지는 것.

FARSA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화가 세포 안에서 꽤 체계적으로 쌓여가는 과정이라는 거다.


참, 이 연구들에서 실험 모델로 쓴 게 예쁜꼬마선충이다. 이름은 귀엽지만 수명이 2~3주짜리 작은 벌레로, 노화 연구에서 표준 모델로 쓰인다. 선충에서 확인된 메커니즘이 인간 세포에서도 작동한다는 것까지는 확인됐지만, 실제 인간에서 임상으로 검증된 단계는 아직 아니다. 치료제 개발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지금 당장 FARSA를 먹을 수 없다면

해봤더니 결국 같은 목록으로 돌아온다. 운동, 수면, 식단. 새롭게 알게 됐다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가 더 구체적으로 생긴 느낌이다.

솔직히 FARSA를 보충제로 먹을 수 있는 날은 한참 멀었다. 그게 가능해지기까지는 아마 내가 꽤 더 늙어있을 거다 ㅋㅋ

그러면 지금 할 수 있는 건 뭔가. 핵심은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면 이중가닥 RNA가 덜 새어 나오고, FARSA의 부담도 줄어든다.

거기서 출발해서 장수 단백질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생활습관들이 있다.

습관 주요 효과
규칙적 유산소 운동 미토콘드리아 건강, 클로토·시르투인 활성화
간헐적 단식(16:8) 미토콘드리아 재생, 장수 유전자 스위치
항산화 식품 (블루베리·브로콜리·검은콩) 산화 스트레스 감소, 미토콘드리아 보호
충분한 수면 7~8시간 세포 손상 복구, RNA 품질 관리 활성화
스트레스 관리 만성 염증 억제

딱히 새로운 리스트가 아니다. 다 들어본 것들이다. 근데 알고는 있는데 잘 안 되는 것들이기도 하지.

직접 따져봤더니 내가 꾸준히 하는 건 충분한 수면 하나 정도였다. 나머지는 “하긴 하는데 가끔” 수준.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몸이 따라오질 않는 그 느낌.

저녁 산책하는 중년 여성

“아직 연구 중”이라는 것의 의미

이쯤에서 솔직하게 정리해두자.

FARSA 연구는 아직 기초 연구다. 선충 → 인간 세포 수준까지는 확인됐지만, 임상 치료로 이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 “노화를 멈추는 약이 개발됐다”가 아니다. “노화가 왜 일어나는지 분자 단위로 하나 더 밝혔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노화가 FARSA 하나로 설명되지도 않는다. 수백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근데 그게 허무한 이야기인 건 아니다. 오히려 연구가 하나씩 쌓일 때마다, 왜 어떤 습관들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지 점점 더 구체적으로 이해되는 거니까.

“운동하면 좋대”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해야 dsRNA가 덜 누출되고, FARSA의 부담이 줄어서, 면역-수명 균형이 유지되는 거니까” 로 이해되는 것. 그게 조금 더 지속력이 생기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연구를 찾아봤을 때 솔직히 반응이 두 갈래로 왔다. 하나는 ‘이렇게 정교한 게 내 안에 있었구나’ 하는 경이로움, 다른 하나는 ‘이게 안 되면 어쩔 건데’ 하는 막막함. 그래도 막막한 것보다는 경이로운 쪽이 좀 더 크게 남더라.

미토콘드리아 건강 루틴

오늘 저녁 산책부터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제일 와닿은 건 따로 있었다.

경보기가 계속 울리면 소방관이 지쳐버린다는 비유. 그리고 그 경보기 오작동의 원인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새어 나오는 RNA라는 것. 나이가 들수록 그 새는 양이 늘어난다는 것.

어쩐지. 나이 들면서 작은 일에도 피로감이 배로 느껴지고, 염증 반응이 예전보다 과하게 오는 것 같다는 느낌. 몸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었던 거다.

지금 당장 FARSA 수치를 높이는 방법은 없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지금 당장 챙길 수 있다.

오늘 저녁 산책 한 번. 그거면 일단 시작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근육이 수명을 결정한다는 이야기와 미토콘드리아가 수명을 결정한다는 글도 다룬 적 있다. 이번 FARSA 연구도 결국 같은 줄기로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