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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속도 자가 체크, 집에서 손과 다리로 재봤다

장수가 목표

잼 뚜껑이 안 열렸다.

행주로 감싸고 힘을 줘도 헛돌기만 해서 결국 남편을 불렀다. 예전 같으면 그냥 세게 한 번 비틀면 열리던 건데. 그날따라 손아귀에 힘이 안 실리는 게 이상하게 걸렸다.

노화 속도 자가 체크라는 걸 그때 검색했다. 나이는 마흔 몇이라는 숫자로 정해져 있지만, 몸이 실제로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신체 기능이라는 게 병원 장비 없이 집에서 대충 재볼 수 있다길래, 주말에 손과 다리로 하나씩 재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진단이 아니라 그냥 참고용 체크다. 그래도 내 몸을 다시 보는 계기는 됐다.

손아귀 힘부터 재봤더니

제일 먼저 걸렸던 게 손이니까 악력부터 봤다.

정확히 재려면 손 악력계라는 게 필요하다더라. 저가 전자 악력계가 시중에 있어서 하나 두고, 주로 쓰는 오른손으로 최대한 세게 쥐어 두세 번 재고 제일 높은 값을 썼다. 여성 40대 초반 참고 범위가 대략 19에서 33킬로그램 사이라는데, 나는 그 안쪽 아래에 걸쳐 있었다. 무난하다고 봐야 하나, 관심 신호로 봐야 하나 애매한 자리.

이 손 힘이라는 게 그냥 악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놀라웠다. 17개국 성인 약 14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가 있는데(Lancet 2015, PURE 연구), 악력이 5킬로그램 줄어들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이 16퍼센트, 심혈관 사망 위험이 17퍼센트씩 올라가더라는 거다. 손 힘 하나가 혈압만큼 강하게 앞날을 예측했다는 대목에서 잼 뚜껑 생각이 다시 났다.

아니다, 정확히는 이걸 “악력 낮으면 위험하다”로 읽으면 안 된다. 이건 수많은 사람을 뭉쳐서 본 평균 이야기지, 나 한 사람에게 “당신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손 힘이 좋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더라는 상관관계일 뿐. 연구자들도 진단 도구라고 하지 않고 “싸고 간단한 위험 선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다.

악력계가 없으면 굳이 살 것까진 없고, 잼 뚜껑이 예전보다 안 열린다, 장바구니를 오래 못 든다 같은 생활 신호로 대충 감을 잡아도 된다. 나처럼. 근육량 자체가 수명이랑 얼마나 엮여 있는지는 예전에 근감소증을 정리하면서 한 번 짚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읽은 걸 손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 됐다.

악력 참고 범위와 사망 위험 관계

한 발로 10초,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다음은 한 발 서기.

신발 벗고 식탁 옆에 서서 한쪽 다리를 들고 팔은 몸에 붙인 채 10초를 세봤다. 오른발은 됐는데 왼발로 서니까 7초쯤에서 휘청였다. 다시 해보니 됐다가, 또 안 됐다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눈을 정면에 고정하고 버티는 게 은근히 안 됐다.

이 10초짜리 테스트에도 연구가 붙어 있다. 51세에서 75세 사이 1,702명을 추적했더니, 나이랑 지병을 다 감안하고도 10초 한 발 서기를 못 한 사람은 이후 10년 안에 사망 위험이 약 84퍼센트 높았다고 한다(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2). 대상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10초를 못 버텼고, 나이가 많을수록 실패율이 올라갔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진단이 아니라 건강검진에 넣어볼 만한 참고 체크라고 선을 그었다.

이 테스트는 반드시 안전 얘기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넘어질 수 있으니까 벽이나 식탁처럼 바로 잡을 게 있는 데서, 미끄럽지 않은 맨발로 한다. 어지럼증이나 관절 문제가 있으면 무리하지 말고. 나도 왼발에서 휘청일 때 식탁 모서리를 손으로 짚었다.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러라고 옆에 두는 거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기, 점수를 매겨봤다

세 번째는 바닥에 앉았다 일어서기.

맨발로 서서 손이나 무릎, 벽 도움 없이 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았다가, 다시 도움 없이 일어선다. 앉기 5점 일어서기 5점 해서 10점에서 시작하고, 손이나 무릎을 한 번 짚을 때마다 1점, 비틀거리면 0.5점씩 깎는다. 나는 앉을 때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고 일어설 때 무릎에 손을 얹었다. 계산해보니 8점쯤. 만점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이 앉기 테스트가 재밌는 게, 점수 구간별로 이후 사망률을 본 연구가 있다는 거다. 51세에서 80세 2,002명을 6년 넘게 추적했더니 10점 만점 그룹은 사망률이 3.7퍼센트였는데, 점수가 낮아질수록 올라가서 가장 낮은 구간은 42퍼센트까지 갔다(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2014). 점수 1점 오를 때마다 생존이 21퍼센트씩 좋아졌다는 계산도 나왔고. 8점인 내 처지에서 보면, 무릎에 얹은 그 손 한 번이 점수 두 개였던 셈이다.

여기서도 무릎이나 허리 아픈 사람은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꼭 붙여야겠다. 미끄럽지 않은 바닥에서, 근처에 잡을 걸 두고. 그리고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낙담할 이유는 없다. 이건 하체 근력이랑 유연성, 균형이 지금 어디쯤인지 보여주는 창일 뿐이고, 셋 다 운동으로 되돌아오는 기능이니까.

앉았다 일어서기 점수 매기는 기준

마지막으로 걸음 속도를 초로 재봤다

마지막은 보행 속도.

거실에서 복도까지 4미터를 대충 표시하고, 평소 걸음으로 편하게 걸으면서 시간을 쟀다. 4미터를 걸린 초로 나누면 초당 몇 미터인지 나온다. 4미터에 4초면 초당 1미터. 나는 두세 번 재서 대략 초당 1미터 안팎이었다. 흔히 초당 1미터쯤이면 무난한 참고선으로 통한다더라.

보행 속도는 신뢰도가 높아서 ‘여섯 번째 활력징후’라고까지 불린다. 65세 이상 노인 3만 4천여 명을 통합해 본 연구에서는 보행 속도가 초당 0.1미터 빨라질 때마다 사망 위험이 12퍼센트씩 낮아졌다(JAMA 2011). 다만 이 숫자는 65세 이상을 본 거라 마흔 몇인 나한테 그대로 붙는 사망률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걸 이렇게 읽기로 했다. 지금 걸음 속도를 챙겨두는 건 나중을 위한 저축이라고.

솔직히 손, 다리, 걸음을 다 재보고 나니 어느 하나 만점은 아니었다. 근데 이게 겁줄 얘기냐 하면, 아니다. 악력이든 균형이든 걸음이든 다 근력과 유연성, 심폐 기능이 겉으로 비친 그림자 같은 거고, 그림자는 몸을 움직이면 따라 바뀐다. WHO도 성인은 주 2일 이상 근력운동에 균형운동을 얹으라고 권한다(WHO 신체활동 지침 2020). 재밌는 건 오늘 내가 한 한 발 서기랑 앉았다 일어서기가 그 균형운동 예시 그대로라는 거다. 재보는 행위 자체가 이미 운동이었던 셈. 여기에 끼니마다 손바닥만큼 단백질을 챙기고 자주 걷는 것 정도를 얹으면 된다는데, 그 챙겨 먹는 얘기는 저속노화 식단을 들여다봤을 때 한 번 정리해둔 게 있다.

낮게 나온 숫자는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잼 뚜껑은 아직도 남편이 열지만, 그건 그거대로 두고 나는 저녁마다 한 발로 서서 양치를 해보는 중이다. 이게 몇 초로 늘어나는지는, 몇 달 뒤에 다시 재봐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