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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자세, 옆으로 자는 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 달랐다

장수가 목표

언젠가부터 “잘 때는 무조건 옆으로 자야 한다”를 진리처럼 알고 있었다. 어디서 봤는지도 기억 안 나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다 며칠 전 밤에 문득 내가 어떻게 자고 있나 궁금해서 잠들기 직전 자세를 확인해봤는데, 나는 이미 왼쪽으로 몸을 말고 있었다. 신경 써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세가 편했던 거다. 그게 좀 이상했다. 정답이라 믿고 애쓸 필요도 없이, 이미 대부분의 사람은 옆으로 자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길래 하나씩 들여다봤다.

알고 보니 다들 이미 옆으로 자고 있었다

수면 자세 자료를 찾다 보면 제일 먼저 걸리는 게 이 대목이다. Sleep Foundation은 성인의 60% 이상이 옆으로 잔다고 정리했고,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옆으로 자기가 전체 수면 시간의 약 54%, 바로 누워 자기가 그 나머지, 엎드려 자기는 약 7%로 가장 적다고 짚었다. 그러니까 옆으로 자기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몸이 편한 쪽으로 알아서 찾아간 결과에 가깝다는 거다.

읽고 나서야 이해된 게 하나 더 있었다. 나이 들수록 자면서 뒤척이는 횟수가 준다는 부분이다. 정기영 교수 인터뷰를 보면 10대는 시간당 약 4번, 20~30대는 2~3번, 노년은 시간당 약 2번 정도 몸을 돌린다. 40대인 나는 그 사이 어디쯤일 거고. 뒤척임이 줄면 한 자세로 오래 눌려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아침에 어깨가 결리거나 골반 한쪽이 저린 게 자세 자체보다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었다” 쪽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좀 뜨끔했다.

옆으로 누우면 편해지는 이유

옆으로 눕는 게 숨길을 열어준다

옆으로 자기가 무난하다는 말에는 이유가 여럿 붙는다. 코골이·수면무호흡 쪽부터 보면, 바로 누우면 중력에 혀뿌리가 뒤로 처져 기도를 좁히는데 옆으로 누우면 기도가 확보돼 그게 덜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 환자 중 상당수가 바로 누울 때만 심해지는 ‘위치성’이라, 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바로 누울 때 기도가 막히는 횟수가 옆으로 잘 때의 2배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밤마다 코 곤다고 핀잔 듣던 남편 생각이 스쳤다. 옆으로 돌려 눕히면 조용해지던 게 그냥 우연은 아니었던 거다.

왼쪽으로 자면 진짜 속이 덜 쓰리다

옆으로 자기 안에서도 방향이 갈린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역류 쪽이었다. 야식 먹고 누우면 명치가 타는 그 느낌, 나도 겪어봤으니까. 식도 산도(pH)를 실제로 측정한 2022년 미국소화기학회지 연구에서 57명을 재봤더니, 밤중에 산이 식도에 머문 뒤 다시 위로 빠지는 시간이 왼쪽으로 누웠을 때 중앙값 35초, 바로 누웠을 때 76초, 오른쪽으로 누웠을 때 90초였다.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식도보다 아래에 놓여서 산이 위로 더 빨리 내려가는 원리라는데, 표본이 57명으로 작긴 해도 짐작이 아니라 실측이라는 게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야식이 좀 과했다 싶은 날은 일부러 왼쪽으로 눕는다.

그럼 바로 눕는 건 나쁜 자세인가

여기까지 오면 “그럼 바로 누워 자는 건 손해네” 싶어진다. 나도 그렇게 정리하려다 멈췄다. 며칠 지나서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바로 누워 자기는 머리·목·척추가 일직선에 가깝게 놓이고 체중이 고르게 퍼져서, 압박이 한쪽에 몰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정기영 교수도 척추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반듯이 자는 걸 권한다고 했다. 얼굴이 베개에 눌리지 않으니 한쪽 주름 걱정도 덜하고. 대신 코골이·역류에는 제일 불리한 자세라, 결국 “누구에게나 좋은 하나의 자세”는 없고 내 몸이 뭘 안고 사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자세별로 뭘 챙기면 되는지는 이렇게 정리됐다.

자세 유리한 점 베개·보완
옆으로 코골이·역류·척추 중립 높은 베개, 무릎 사이 베개
바로 누워 척추 압박 분산, 주름 예방 낮은 베개, 무릎 아래 쿠션
엎드려 대체로 비추천 아주 얇은 베개, 골반 아래 받침

엎드려 자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말린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게 돼서 목이 비틀리고, 허리는 아래로 꺼지니까. 그래도 그 자세가 제일 편한 사람이 있는데, 그럴 땐 베개를 아주 얇게 쓰거나 아예 빼고 골반 아래에 얇은 걸 받쳐 척추가 덜 꺾이게 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타협이다.

자세별 유리한 점과 베개 보완

그래서 자세를 억지로 바꿔야 하나

솔직히 이 질문이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볼수록 “꼭 바꿔야 한다”는 톤은 아니었다. Sleep Foundation도 자세를 반드시 바꿀 필요는 없고 수면의 질과 편안함을 먼저 보라고 정리한다. 어차피 잠들면 밤새 여러 번 돌아눕는데, 특정 자세로 나를 고정하겠다는 건 사실상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코골이가 심하거나 역류가 잦아서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실제로 쓰는 방법들이 있다. 몸 양옆에 베개를 두거나 바디필로우를 안아 코쿤처럼 만들면 뒤척여도 옆 자세가 좀 유지된다. 티셔츠 등쪽에 테니스공을 넣어두면 바로 누울 때마다 배겨서 다시 옆으로 돌아눕게 되는 오래된 방법도 있는데, 며칠이면 몸이 학습하기도 하지만 손 놓으면 원래 자세로 슬금슬금 돌아가더라. 나도 무릎 사이에 얇은 베개 끼우는 것만 겨우 이어가는 중이다. 알고 나서도 다 못 지키는 게 습관이지 뭐.

다만 심한 코골이나 잦은 역류가 계속되면 자세만 붙들고 씨름할 일은 아니다. 위치성 무호흡이 의심되면 자가진단으로 넘길 게 아니라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낫다. Sleep Foundation의 수면 자세 정리도 결국 편하게 잘 자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밤중에 자꾸 깨서 힘든 거라면 새벽에 자꾸 깨던 이유를 정리한 글도 같이 봐두면 도움이 될 거고.

자세를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나도 딱 잘라 말은 못 하겠다. 다만 이제는 아침에 어깨가 결리면 자세 탓만 하지 않고, 한 자세로 너무 오래 눌려 있었나부터 한 번 되짚어보게 됐다. 그 정도면 오늘은 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