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밥 반 공기, 그리고 커피. 그게 내 아침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밥도 반은 남기고 커피로 배를 채우는 날이 더 많았다. 다이어트라고 생각했다. 근감소증 예방을 진지하게 찾아보기 전까진.
근육이 왜 수명인지는 예전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다(근육이 수명을 결정한다 글). 그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덮었다. 그런데 이번엔 각도가 달랐다. 왜 줄어드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오늘 뭘 먹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느냐. 밥상 앞에서, 거실에서 하나씩 확인해본 순서대로 적어둔다.
40대 여성이 유독 급한 이유부터 봤다
먼저 걸린 건 “나는 아직 40대인데 근육 걱정은 이르지 않나”였다.
찾아보니 여기서부터 말이 갈렸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근육량이 본격적으로 주는 건 50대 이후이고 40대까지는 대체로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국제 문헌 쪽을 보면 근육은 30세부터 조금씩 줄고, 40대에도 진행 중이라는 서술이 적지 않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느냐. 솔직히 아직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다만 여성한테는 변수 하나가 더 붙는다. 폐경이다. 에스트로겐이 근육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으로 이 호르몬이 줄면 근감소가 붙는다는 건 여러 자료에서 공통으로 나온다. 폐경 평균이 47세쯤이라니, 근육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기와 폐경이 딱 겹치는 셈이다. “본격 감소는 50대부터”라는 공식 설명이 있어도, 40대 후반 여성한테는 그 말이 안심의 근거가 되진 않더라.
무섭게 들으라고 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80세에도 근육량이 최정점의 30~40%까지는 남는다니까, 40대는 늦은 게 아니라 저축을 시작하기 딱 좋은 때다. 그래서 겁먹기 전에 밥상부터 열어봤다.
종아리 둘레 한 번 재보고 넘어갔다
거창한 검사는 안 했다. 악력이나 앉았다 일어서기 같은 건 지난번 노화 속도 자가 체크 글에서 이미 손과 다리로 재봤으니, 이번엔 근육량 쪽 지표 하나만 확인했다.
종아리 둘레다. 줄자를 종아리에서 제일 굵은 데에 대고 재는데, 기준이 남성 34cm·여성 33cm 미만이면 근감소증을 한 번 의심해보라는 신호(AWGS 2019 기준). 진단이 아니라 관심 신호 수준이다. 아침에, 붓기 전에, 앉지 말고 서서 양쪽 다 재보는 게 팁이라길래 그렇게 했다. 숫자를 보고 안심하려던 건 아니고, 그냥 내 몸에 기준선 하나를 그어두고 싶었다.

SARC-F라는 선별 설문도 있다는데, 걷기나 의자에서 일어서기 같은 항목은 지난 글에서 이미 다뤘으니 여기선 “그런 설문이 있다” 정도로만. 자가 체크는 이걸로 접고, 진짜 하고 싶었던 밥상 얘기로 넘어갔다.
하루 단백질, 총량보다 나눠 먹는 게 문제였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크게 헷갈렸던 지점이기도 하다.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하나. 질병관리청은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체중 1kg당 1.2g을 권한다. 60kg이면 하루 72g. 운동을 같이 하면 1.5g 정도까지 늘려 잡는 자료도 있으니, 대략 72~90g 사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까진 총량 얘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총량만 채우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같은 양을 먹어도 한 끼에 몰아 먹는 것보다 끼니마다 고르게 나눠 먹은 쪽이 근육 합성이 더 잘 일어났다는 연구가 있다. 성인 대상 실험에선 25%쯤 차이가 났다더라. 물론 노인 대상에선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반대 연구도 있어서, “나눠 먹는 게 유리하다”까지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선이다. 그래도 한 끼에 20~40g 넘게는 잘 활용도 안 된다니, 저녁에 고기를 몰아 먹던 내 방식은 확실히 손해였다.
특히 걸린 건 아침이었다. 한국 사람은 점심·저녁엔 단백질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데 아침이 밥·빵·죽으로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처럼 커피로 때우면 말할 것도 없고. 아침에 단백질을 채워야 하루 총량도 올라가고 근육 합성도 하루 종일 켜진다는 게 여러 자료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한 끼에 양질의 단백질 25~30g은 있어야 근육 만드는 스위치가 제대로 켜진다는데, 커피 한 잔은 그 근처에도 못 간다.
그래서 90g을 이렇게 쪼개봤다.
| 끼니 | 목표 단백질 |
|---|---|
| 아침 | 25g |
| 점심 | 25g |
| 저녁 | 25g |
| 간식 | 20g |
숫자만 보면 막막한데, 한국 식탁 기준으로 25g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으니 훨씬 수월했다.
| 식품 | 단백질(대략) |
|---|---|
| 계란 1개 | 약 6g |
| 두부 반 모 | 약 8~9g |
| 닭가슴살 100g | 약 22~23g |
| 고등어 1토막 | 약 18~20g |
| 우유 200mL | 약 6g |
계란 2개에 두부 조금, 우유 한 컵이면 아침 25g이 얼추 채워진다. 실제로 밥·커피만 놓이던 아침 자리에 삶은 계란 두 개랑 그릭요거트를 올려봤다. 대단한 변화도 아닌데, 오전에 군것질 생각이 덜 나는 게 먼저 느껴졌다. 근육이야 하루아침에 알 리 없고.
참, 우리나라 성인 하루 평균 단백질이 여성 59.9g이라는 조사 수치를 보고 좀 멈칫했다. 60kg이면 권장이 72g인데 평균이 59.9g이니, 많은 여성이 이미 밑돌고 있는 셈이다. 65세 넘어가면 노인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권장량을 못 채운다는 통계도 있다. 젊을 땐 오히려 넘치고 나이 들수록 부족해지는 역전 구조라는 게 마음에 남았다. 지금 습관을 안 바꾸면 나도 그 통계로 그대로 흘러가는 거니까.
재료만 넣는다고 근육이 붙진 않았다
밥상을 고치고 나니 이걸로 다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단백질은 재료다. 재료를 아무리 넣어도 근육에 쓰라는 신호가 없으면 그냥 지나간다. 그 신호가 저항운동, 그러니까 근력운동이다.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는 심장·폐엔 좋지만 근육을 붙잡아두는 자극은 못 준다. 재밌는 건 낙상 위험을 본 연구에서도 근육이 적은 것보다 힘이 약한 쪽이 낙상과 더 강하게 엮였다는 점이다. 양보다 힘이라는 얘기다.
얼마나 하면 되나 봤더니, 주 2~3회 정도 하체 위주로 하라는 게 국민건강보험공단 매거진의 정리였다. 아주 세게 할 것도 없고 회당 20분 정도, 3~6개월 꾸준히 하면 근력이 눈에 띄게 오른다더라. 중요한 건 허벅지·엉덩이·종아리 같은 하체다.
나는 헬스장 갈 시간이 없어서 거실에서 시작했다. 벽에 등을 대고 하는 벽 스쿼트,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발뒤꿈치 들었다 내리기. 무릎이 안 좋으니 의자나 벽을 잡고 부담을 줄여서 했다. 처음 며칠은 다음 날 허벅지가 뻐근한 게 오히려 반가웠다. 아, 여기 근육이 있긴 있었구나 싶은.

80대에 근력운동을 시작해도 근육이 붙는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그 말을 “그럼 나중에 해도 되겠네”로 읽을 뻔했는데, 다시 보니 정반대였다. 80대에 시작해도 되면, 40대인 지금은 늦은 게 아니라 제일 이른 거다.
아침 밥상 하나, 거실 벽 하나. 몸이 언제 답을 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커피만 놓이던 자리에 계란 두 개가 올라간 건, 적어도 손해는 아닌 것 같다.